김진홍 목사 “명백한 사실을 논란거리 만드는게 좌파전술”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코멘트
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뉴라이트 운동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7일 출범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중심에는 김진홍(金鎭洪·64·사진) 목사가 있다.

이날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김 목사는 지난해 뉴라이트 운동 시작 초기부터 깊이 관여했다. 신지호(申志鎬) 자유주의연대 대표가 뉴라이트의 날렵한 첨병이라면 김 목사는 묵직한 포병이었다.

그는 뉴라이트 운동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분분할 때 “뉴라이트 운동은 정치 운동이 아니라 국민 운동이고, 중도통합 운동이 아니라 개혁보수 운동”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기도 했다.

김 목사는 1970년대 빈민목회 운동과 유신반대 민주화운동을 펼쳐 온 진보 성향의 인물이었다. 1971년 서울 청계천에서 빈민들을 위한 활빈교회를 만든 뒤 이를 두레공동체로 발전시켰으며 1974년에는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한때 자신이 사회주의에 경도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뉴라이트 운동에 뛰어든 것은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사회주의나 평준화로는 안 되고 도덕성과 공동체주의가 뒷받침된 자유민주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견제와 협력을 통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선진화를 이뤄야 하는데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서 분열과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정신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목사는 대중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서 자유주의연대 등 8개 단체가 중심이 된 ‘뉴라이트 네트워크’에서 나왔다. 그리고 네트워크에서는 정치색이 너무 짙다며 경계한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뉴라이트 전국연대’를 통합해 전국연합을 출범시킨 것이다.

“자유주의연대가 중심이 된 네트워크가 지식인 중심의 단체라면 전국연합은 지방 조직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조직이고, 전국연대는 충청권과 수도권의 전문직 인사들의 단체였습니다.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뉴라이트 이론 정립에 주력한다면 전국연합과 전국연대를 통합한 우리는 대중 운동에 주력할 것입니다.”

김 목사는 앞으로 5가지 분야의 실천 운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째로 뉴라이트의 이념을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둘째로 시군 단위의 조직을 통해 이를 전국 규모로 확산하며, 셋째로 흔들리는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를 조직화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맞수가 될 수 있는 교육 운동을 펼칠 것입니다. 넷째, 인터넷 매체를 통한 문화운동의 확산과 다섯째,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북한에까지 적용하는 제2의 민주화운동입니다.”

네트워크 진영에서는 전국연합의 참여 인사들 중에 기존 보수세력(올드 라이트)이 많고 정치성이 너무 짙다고 비판한다. 김 목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시민 운동과 정치 운동의 중간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정치인들과 친하다. 특히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친구 사이라는 이유 때문에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정치권과의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가 친한 정치인은 이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와는 청계천 빈민운동을 함께할 때부터 잘 아는 사이이고, 고건(高建) 전 총리는 같은 세실모임(세상을 실하게 하는 모임) 회원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사이입니다.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도 대전에 가면 꼭 만나는 사이입니다. 뉴라이트 운동은 정치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둘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치인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도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 두레마을 축제에 참석하는 등 교분이 두터웠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제가 노 대통령을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 대통령이 정경 유착을 근절하고, 선거를 투명하게 치르고, 성매매금지법 등을 도입한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가 나서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체제를 흔들고 과소평가하는 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김 목사는 올드 라이트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나 강정구(姜禎求) 교수 사건 같은 일들이 발생해도 보수 진영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찬반 토론에 출연해 달라는 연락이 와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걸 토론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좌파의 전략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유엔군사령관으로서 공산화를 막고 우리 헌법이 제시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준 것이 사실 아닙니까. 이런 명백한 사실조차 토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의 보수세력이 안보와 경제 성장의 뒤에서 아무런 희생 없이 무임승차해 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흔히 한국에는 보수세력은 있어도 보수주의 사상은 없다는 비판이 있다. 뉴라이트가 강조하는 자유주의도 세계 보편의 가치일지언정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한 답으로 한국적 보수사상의 다양한 수맥을 제시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사상, 도산 안창호의 진실정신, 백범 김구의 국가를 위한 헌신, 유일한의 투명한 자본주의, 장준하의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열린 민족주의가 그것입니다. 이들 정신에 담긴 동양적 도덕성과 열린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보완해 가야겠지요.”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