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원없는 시민혁명 없다?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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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각종 선거 때마다 옛 소련권을 휩쓸던 시민혁명의 바람이 멈춘 것일까.

6일 실시된 아제르바이잔 총선에서 집권 ‘예니(新)아제르바이잔’이 의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승리했다고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밝혔다.

▽서방도 “비교적 공정” 평가=125석을 뽑는 선거에 47개 정당 1500여 명의 후보가 난립했지만 투표율은 5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조했다. 2대에 걸쳐 15년째 집권하고 있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 일가의 철권통치에 여론은 잠잠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의 부인 메흐리반 (41) 여사도 이번 총선에서 의원에 당선됐다.

카스피 해 유전 개발로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매년 30%가 넘는 경제성장률이 국민의 불만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7일 최대 야당인 ‘아자드리그(자유)블록’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8일부터 항의 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측 선거참관인단은 “비교적 공정했다”며 여당 편을 들었다.

▽미국 개입 없인 시민혁명도 불가능 확인=이로써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혁명’부터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과 올해 초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으로 이어져 온 ‘색깔 혁명’의 확산이 일단 중단됐다.

미국은 이들 세 나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밝힌 ‘자유의 확산’을 명분으로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비정부기구(NGO)를 앞세워 야당에 선거자금을 제공하기도 해 러시아의 반발을 샀지만 결국 세 나라에서 모두 시민혁명을 성공시켜 친미 정권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방관했다. 미국 주도로 건설된 카스피 해 송유관이 시작되는 아제르바이잔의 정치적 안정이 중요할뿐더러 알리예프 정권과의 관계도 좋기 때문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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