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리에서…화장실에서…‘모바일 게임’ 못말리겠네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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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20) 씨는 얼마 전 게임 전용 휴대전화를 따로 구입해 매일 통화용과 게임용 휴대전화 2대를 들고 다닌다.

집에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와 비디오게임기가 있지만 그는 요즘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에 푹 빠져 있다. 2002년부터 모바일게임을 하고 있는 그가 지금까지 내려받은 게임은 400여 개. 지금도 휴대전화 2대에 게임 30여 개가 저장돼 있다.

이 씨는 “한 달에 게임이용료를 10만 원 이상 낸 적도 있지만 보통 3만∼4만 원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며 “컴퓨터 게임이나 비디오게임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지만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조사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3700만 명 가운데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약 1400만 명. 10명 중 4명꼴이다. 매일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휴대전화 가입자의 6.2%인 약 230만 명. 10대와 20대 휴대전화 가입자는 매일 15%가량이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직장인 사이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 널리 확산되면서 ‘모바일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 때문에 직장일이나 수업에 지장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

2년차 직장인 정모(27) 씨는 최근 주변의 눈을 피해 모바일 게임을 하기 위해 일과시간에만 4, 5번 씩 화장실을 들락거려 직장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정 씨는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만 모바일 게임을 했지만 요새는 일을 하면서도 게임 생각이 나 화장실에 가서 게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송모(22) 씨도 “하루에 3, 4시간씩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는데 게임을 하다 보면 넋을 잃어 지하철에서 하차 지점을 지나쳐 종점까지 가도 모를 정도”라며 “수업시간에도 뒷자리에 앉아 모바일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 중독 여부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윤수정(尹秀貞) 교수는 “모바일 게임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하기 힘들다는 선생님이 많다”며 “특히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과 달리 눈에 띄지 않게 게임을 할 수 있어 부모 등이 자녀의 중독 증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오원이(吳源伊) 역기능예방센터장도 “휴대전화의 유비쿼터스적 성격 때문에 모바일 게임에 중독되면 그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누구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중독 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협조를 통해 게임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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