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오고 마스크 쓰면 테러범?

  • 입력 2005년 11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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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나 수표 대신 현금을 사용하면 테러범?

서울지방경찰청이 12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러 예방 차원에서 테러범의 특징과 식별 요령을 알리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으나 정작 그 내용을 접한 대(對)테러 업무 전문가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찰은 우선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지불 수단으로 신용카드나 수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것을 테러범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하철에서 승차권 발급 때 역무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을 지하철 테러범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하철 승차권은 역무원을 통하지 않고 자동발매기를 통해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테러범이 굳이 역무원의 시선을 피해 가며 승차권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경찰은 지하철 물품보관함 이용자의 경우 물품을 맡긴 사람과 찾아간 사람이 다를 경우 테러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서울 지하철 물품보관함은 물품을 맡긴 사람과 찾아간 사람이 같은 지 다른 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 지하철 물품보관함은 크기에 따라 1일 사용료 1000∼1500원을 내고 사용하는 것으로 A 씨가 물건을 맡긴 뒤 B 씨가 보관함 열쇠를 넘겨받아 물건을 찾아가도 지하철역 직원들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테러범 특징 및 식별 요령을 읽어 봤다는 국가정보원의 대테러 업무 관계자는 “한두 가지는 너무 뻔한 내용이어서 누구나 알 만한 것”이라며 “‘소심한 모습에 비정상적으로 땀을 흘리는 사람’이 테러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은 것 등은 좀 황당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경비부 관계자는 “외국에서 발생한 테러사건과 국정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지만 솔직히 한국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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