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발생땐 어느 병원 좋을까

  • 입력 2005년 11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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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부가 의료기관의 질(質)을 평가해 병원 순위를 조사한 자료가 공개돼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열린우리당 이기우(李基宇) 의원에게 제출한 ‘허혈성심장질환 관련 급여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의 초기 대응이 우수한 병원은 충남대병원, 사망률이 가장 낮은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초기 대응 등 ‘진료 과정’이 우수한 종합병원과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 퇴원 7일 내 사망률이 낮아 ‘진료 결과’가 우수한 종합병원 10곳을 각각 공개했다.

조사 대상 병원은 2003년 응급실에서 급성심근경색 환자(2만1916건)를 진료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한 종합병원급 총 272곳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소위 ‘빅5’ 병원 상당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유명한 병원이 치료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진료과정 평가 내용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3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 용해제를 투여했는가 △120분 이내에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풍선 확장술 및 스텐트 삽입)을 시행했는가 △24시간 이내에 혈전을 녹이는 아스피린과 심장을 편안하게 하는 베타 차단제를 투여했는가 △퇴원 시 아스피린과 베타 차단제를 처방했는가 등 6가지다.

이는 모두 교과서에 실린 내용으로 이것을 잘 지키는지를 평가했다. 또 병원에서의 사망률 조사도 환자의 나이, 성별, 병의 경중을 감안해 시행했다. 대형병원일수록 증세가 심각한 환자들이 몰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초기 대응은 전체적으로 미국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었다. 병원 도착 30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한 경우는 18.7%에 불과했고, 병원 도착 120분 이내에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한 경우는 48.4%로 미국의 53%에 비해 낮았다.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은 병원 내에선 평균 10.8%, 퇴원 7일 이내엔 12.44%로 조사됐다. 그러나 평가 기관에 따라 5.4∼20%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급성심근경색 입원 환자가 100명이 넘는 의료기관에서는 사망률이 9.3%로 낮은 반면 100명 이하인 의료기관에서는 14.4%로 높게 나왔다.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의료기관일수록 사망률도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 의원은 “국내 의료시스템은 국민이 병원을 선택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정확한 의료 정보가 요구된다”며 “급성심근경색뿐만 아니라 뇌중풍(뇌졸증) 등 생명과 관련된 질환에는 우선적으로 이러한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각 병원에서 신청을 받아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초기 대응에 대한 질적 평가를 통해 우수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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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심장 근육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동맥(관상동맥)이 막혀 흉통 및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의 80%를 차지한다.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질환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 중 암 뇌혈관 질환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 서울 유명병원 왜 순위 낮나

이번 조사 결과 진료 과정 부문에서 서울아산병원이 3위, 진료 결과 부문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1위를 차지해 ‘빅5’의 명성을 겨우 유지했다.

주목할 대목은 심근경색을 잘 다루는 병원의 상당수가 서울의 유명 병원이 아니라 지방 소재 병원이라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두 가지다.

우선 대형 병원의 진료 시스템이 문제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왔을 때 지방 병원에서는 바로 심장전문의가 환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형 병원일수록 인턴→레지던트→전문의 순으로 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이번 조사에 따르면 환자에게 투여하는 혈전 용해제의 평균 투여 시간은 74분(기준 30분)이나 됐다. 또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의 평균 소요 시간은 167분(기준 120분)이었다. 특히 환자가 시술실까지 도착하는 데만도 평균 134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보호자 동의를 받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지방 병원의 경우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도 중요하다. 심근경색의 생존율은 얼마나 빠른 시간에 적절한 조치를 받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령 경기도에서 흉통을 느끼는 환자가 집 주위 병원을 찾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번에 진료 과정에서 1위를 차지한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성인환(成仁煥) 교수는 “우리 병원은 24시간 ‘교수 응급당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미리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즉시 막힌 곳을 뚫어 주는 응급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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