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원수]‘緣줄 후원금’ 결국은 빚 아닌가

  • 입력 2005년 11월 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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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과거처럼 대가성이 있는 음성적인 정치 자금을 많이 받았던 것보다는 그래도 나아진 것 아니냐.”

본보가 4, 5일 이틀 동안 연재한 ‘국회의원 후원금 어디서 나오나’라는 기사를 읽은 대다수 정치인의 반응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정치자금 6624건의 자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수해 고액 기부자와 정치인의 학연, 지연, 사업장 소재지와 지역구의 연관성을 사상 최초로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국의 정치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지연, 학연, 사업장 소재지 등 연줄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정치인과 기부자의 이런 ‘연줄 정치행위’는 인연보다는 정책이 일치하는 정당에 우선적으로 돈을 제공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정치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인지 분석 작업을 함께했던 한 정치학자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한국 정치자금이 이 정도로 폐쇄적인지는 몰랐다”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개인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이익단체는 단체의 이익과 관련된 상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모두 이른바 ‘보험성 정치자금’을 제공한 현상도 발견됐다.

물론 이런 분석 결과가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모르는 사람이 내면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닌가 싶어 오히려 더 부담되더라”는 등의 의원들 반응을 보면 무시하기 힘든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

그러나 일부 의원이 정치문화 개선의 의지를 뒤로 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 같아 씁쓸했다.

연줄에 기댄 정치자금은 액수에 관계없이 언젠가는 빚을 갚아야 할 대가성이 있는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건당 30만 원, 연간 120만 원을 넘게 제공한 고액 기부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금액에 관한 한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을 제공하는 정치인에게 돈을 제공하는 ‘정책정치’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정원수 사회부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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