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IA 해외 비밀수용소 파문 확산…EU “인권헌장 위배”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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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워싱턴포스트가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근처의 비밀 수용소(암호명 ‘솔트 피트’)의 2003년 7월 17일 위성사진.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 같은 비밀 수용소를 해외에 운영해 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2일 워싱턴포스트가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근처의 비밀 수용소(암호명 ‘솔트 피트’)의 2003년 7월 17일 위성사진.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 같은 비밀 수용소를 해외에 운영해 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 이후 동유럽 등 8개국에 알 카에다의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하는 비밀수용소를 운영해 왔다는 워싱턴포스트 2일자 보도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미 백악관과 관련 당사국들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으나 유럽연합(EU)과 국제적십자사(ICRC)는 즉각 조사 방침을 밝혔다.

프리소 로스캄 아빙 EU 대변인은 EU 집행위원회가 25개 회원국 및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 등 가입 후보국에 대한 비공식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또 비밀수용소가 존재한다면 이는 EU 인권헌장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안토넬라 노타리 ICRC 수석 대변인도 사실 확인을 위해 미국 측에 현장 접근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맨프레드 노웍 유엔 고문문제 특별보고관도 “비밀 수감시설은 잘못 다뤄질 위험이 있다”며 공개를 촉구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미국에 구금됐다 석방된 테러 용의자들의 증언과 CIA의 비행 기록을 비교한 결과 CIA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들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소재 비밀수용소로 보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CIA 연관 항공기가 2003년 9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출발해 폴란드 스지마니 공항과 루마니아의 미하일 코갈니체아누 공군기지 등을 경유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향했다는 것.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지난달 4일 CIA수송기가 목격됐다.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 관련 국가들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체코는 미국의 수용소 건설 요청을 받고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도 보도 내용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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