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별거냐” 패션 평등주의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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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윤경선(29·여) 씨는 인터넷 쇼핑몰인 ‘스타숍’ 마니아다. 유명 연예인들이 모델로 등장해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을 차려입은 모습을 보여 주는 ‘스타숍’에서 윤 씨는 최근 현영의 ‘빅토리아 베컴 청바지’, 오윤아가 신었던 ‘에리카 부츠’ 등을 구입했다. 회사원 장기훈(30) 씨는 최근 ‘스타숍’을 방문해 탤런트 심지호가 입은 ‘파쿠 셔츠’와 ‘마우이 익스트림 청바지’로 아래위를 맞춰 사 입었다. 장 씨는 “심지호만큼 멋지게 꾸미려고 스타숍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20, 30대를 중심으로 스타 패션 따라하기가 인기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의 ‘스타숍’, CJ몰의 ‘파파라치 스타숍’ 등에서 클릭 한 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예인들의 패션으로 치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7일 문을 연 G마켓의 ‘효리숍’은 1주일 만에 1억57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한 조끼는 그 전까지 2장밖에 팔리지 않다가 탤런트 현영이 모델로 선 후 1주일 만에 1149개가 팔렸다.

G마켓의 ‘스타숍’을 기획한 김준수(32) 과장은 “20대 중후반의 사무직 여성들이 주 고객층”이라며 “‘스타숍’에 제시되는 옷과 액세서리들은 동대문상가 등에서 만들어지는 중저가인 만큼 싼 가격에 멋을 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꿰뚫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숍’ 애용자들은 과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따라했던 ‘워너비족(Wanna be 族)’이 아니다. 스타의 패션을 통해 스타와 동격이길 바라는 이른바 ‘캔비족(Can be 族)’의 소비 성향을 보인다.

회사원 한지수(28·여) 씨는 “이효리나 오윤아의 팬이기 때문에 그들이 입은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스타처럼 멋지게 옷을 입고 싶기 때문에 스타숍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도 스타만큼 할 수 있다’라는 ‘미(美)의 평등주의’ 의식이 강화돼 ‘캔비족’이 등장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캔비족의 등장 배경에는 TV 드라마의 간접광고와 인터넷 ‘아바타(사이버상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즉 드라마에 간접광고로 등장한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 데 익숙한 세대가 인터넷 아바타에 옷을 갈아입히듯 스타의 패션을 실제 자신의 옷차림으로 재생산한다는 해석이다.

LG경제연구원 마케팅 소비트렌드 담당 박정현(32) 연구원은 “캔비족은 스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연예인만큼 상승시키려는 ‘스마트 컨슈머(현명한 소비자)’의 일종”이라며 “자신과 연예인이 같다는 이른바 ‘미의 나르시시즘’적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캔비족(Can be 族)’이란?:

유명 연예인의 옷과 액세서리 등 패션을 모방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연예인과 동격화하려는 사람들. ‘can be(될 수 있다)’라는 말처럼 이들은 특정 연예인의 패션 따라하기를 통해 연예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감을 갖는다. 특정 스타의 팬을 자처해서 모방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워너비 족(Wanna be 族)’과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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