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대통령의 댓글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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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터넷이 ‘국민 놀이터’가 된 듯하다. 인터넷을 읽고, 인터넷에 쓰고, 댓글 붙이기를 하루라도 안 하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는다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청와대 김치에는 기생충 알이 없다”는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 발표가 뜨자마자 재깍 댓글이 올랐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좋은 음식 먹고 우리는 기생충 있는 거 먹는다고?”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갈 것인데, 뭐 쓸데없는 소리를 해대는지.”

▷노무현 대통령도 댓글을 올렸다. 정부정책 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뜬 ‘한국경제 회복궤도 진입’이란 제목의 기사에 대해서다. “참 좋은 기사입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사는 따로 고객통신서비스를 하나요?” 노 대통령은 “연속된 기사를 빨리 보는데 주제별, 매체별 구분이 얼른 되지 않아 읽는 속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쉬움도 피력했다.

▷인터넷에 대한 노 대통령의 관심을 잘 아는 청와대 사람들도 바쁘다.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이 ‘국정브리핑’에 ‘박정희 모델=입시공부, 노무현 패러다임=전공공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자 이번에는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바통을 이었다. “대통령께서는 경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정확히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실행 없이 거창한 계획만 나열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십니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단골이다. 서방님 한 분을 놓고 한 번 더 봐달라고 눈웃음치는 ‘시앗들의 경쟁’ 같다. 이들 인터넷 사이트에 비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태평성대(太平聖代)다.

▷3일 세계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8%로 내려 전망하고 내년은 4.6%로 예측했다. 중국에 대해선 올해 9.3%로 올려 전망하고 내년은 8.7%로 봤다. 이 뉴스도 ‘국정브리핑’에 뜨고, 노 대통령은 댓글을 달까. 노 대통령의 ‘경제 회복’ 댓글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렇게 썼다. “청와대에 앉아서 입에 맞는 기사만 읽지 마시고 민생 시찰을 나가 보시지요. 서민경제가 어떠한지 피부로 느낄 겁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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