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경]만두… 송어… 김치… 터뜨리고 보자?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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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해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는 ‘위생불량식품’이죠. 이걸 ‘유해식품’으로 착각해서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흥분을 하는 건데….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입니까.”

한중 간 통상마찰까지 빚어진 ‘기생충 김치’ 파동을 지켜본 식품위생 관련 전문가들은 “김치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확인됐으니 소비자들도 좀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한 식탁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만5000달러일 때 식품 안전에 관한 관심이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은 미흡한 반면 질 높은 식생활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400달러 수준이니 혼란의 분출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전환기에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식품위생 전반에 대한 편집증적 불안심리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발생하지도 않은 조류 인플루엔자(AI)를 걱정하며 잘 먹던 닭고기를 외면하는 현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난다. 김치의 기생충 알을 걱정하지만 ‘유해’ 쪽으로 현미경을 들이대면 소금도 위험하고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모든 첨가물과 보존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차분해지려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다.

‘식품위생 사건 백서’를 펴낸 고려대 생명과학부 이철호(李哲鎬) 교수는 식품위생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로 면밀한 조사와 전문지식 없이 정부건 시민단체건 일단 터뜨리고 본다는 점을 꼽았다.

2일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오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뒤늦게 미성숙란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지만 이전의 중국산 김치 기생충 알 검출 발표로 이미 ‘기생충 김치’에 대한 혐오감이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상황이었다.

송어 향어의 말라카이트그린 검출 사건 때도, 지난해 불량 만두 사건 때도 면밀한 조사 없이 일단 위험하고 불량하다고 발표한 것이 정부였다.

시민단체나 야당의 문제 제기에 우왕좌왕 휘둘리는 ‘정치인’ 대신 치밀한 검증을 우선시하는 ‘과학자’의 자세로 일하는 식품 행정을 보고 싶다. 소비자는 정부를 믿고 싶다.

김희경 교육생활부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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