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터뜨리고 양손 쥐락펴락…면접공포증?

  • 입력 2005년 11월 4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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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구직자들이 ‘면접공포증’이라는 신종 ‘사회병’에 시달리고 있다.

‘면접공포증’은 최근 들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심층면접을 강화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사회현상.

올 하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100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높은 경쟁률로 옥석을 가려내기 힘들어진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의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접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 불안, 긴장감을 느끼는 구직자들이 크게 늘면서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

▽ 울음 터뜨리고 양손 쥐락펴락…면접공포증? ▽

취업지망생 한 모(24) 씨는 지난달 한 대기업의 3차 시험(면접)에서 낙방한 후 면접이 두려워졌다. 한 씨는 실무진의 난해한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5분 동안 횡설수설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면접장을 나왔다.

그는 “중요한 시험에서의 실수한 다음부터 면접공포증이 생겼다”며 “면접 때마다 긴장돼 양손을 쥐락펴락하고 면접관을 보면 눈물이 나 눈을 제대로 마주치기가 힘들다. 식은땀도 흐르고 말까지 더듬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벤처기업에 입사원서를 냈던 함 모(28) 씨도 프리젠테이션 시험에서 누구도 알아듣기 어렵게 빠른 속도로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는 “나 스스로도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발표가 끝나자 면접관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고 인상을 찌푸리더라”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공포심을 느낀 것 같다”고 고백했다.

▽ 각종 입사시험에 면접클리닉 성황▽

구직자들의 면접 부담감이 커진 큰 이유는 면접 방식이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토론ㆍ집단면접, 압박ㆍ심층면접, 프리젠테이션 등 다양한 면접을 통과하려면 상당 수준의 발표력과 대화능력이 요구된다.

삼성그룹은 하루종일 프리젠테이션을 비롯해 집단토론면접, 영어면접, 임원면접 등 모든 면접시험을 치른다.

SK그룹은 1차 면접은 토론면접, 2차 면접은 경영사례 면접과 약 10분간의 영어 프리젠테이션으로 진행된다. 한화그룹은 실무진 면접, 술자리 등을 이용한 인성면접, 임원면접으로 진행된다.

삼성그룹 인사담당자는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다른 성적보다는 면접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실제 근무도 잘하더라. 면접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응시자들이 면접시험이 힘들다고 토로하지만 회사 측은 이런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 것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면접이 어려워지자 구직자들을 위한 사설 면접클리닉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1대 1의 취업상담부터 실전모의면접, 이미지관리까지 개인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일부 구직자들은 병원을 찾기도 한다.

면접정보업체 인터뷰스킬(www.interviewskill.co.kr)의 김은수 팀장은 “최근 들어 면접의 두려움을 호소하는 취업지망생들이 늘고 있다. 작년 이맘때보다 클리닉을 찾는 구직자수가 30%이상 증가했다”며 “면접공포증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어려운 자리에서 대화를 해본 경험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면접공포증을 없애려면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여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 친구 혹은 거울 앞에서 큰소리로 말해보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것이다. 영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실수를 하는지 스스로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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