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유치 이후]경북 동해안 ‘원전 메카’ 부푼 꿈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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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와 경주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로 동해권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유치지역 지원과 개발에 관한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동해권 도약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경주는 문화유적과 월성원전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과학역사도시로 가꾸고 울진∼영덕∼포항∼경주를 잇는 ‘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경주에 특별장학재단을 설립해 방폐장 지역 주민의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각종 관련 사업에 지역주민 고용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의근(李義根) 경북도지사는 3일 “유치운동 과정에서 전북도와 감정대립을 하기도 했지만 자매지역으로서의 우정에 금이 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서해안과 동해안이 국토균형발전의 두 축이 되도록 서로 관심을 갖자”고 제안했다.

경북도는 동해안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동해안개발기획단’을 설치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주에 방폐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동해안 일대는 한국 최대 원전 단지로 떠올랐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모두 20기로 설비용량은 1772만 kW. 미국(103기·1억259만 kW) 프랑스(59기·6613만 kW) 일본(52기·4574만 kW) 러시아(30기·2255만 kW) 독일(18기·2172만 kW)에 이어 세계 6위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10기가 경북(경주 월성 4기, 울진 6기)에 있다. 방폐장 예정 부지인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서는 신월성원전 1, 2호기 공사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달 시작됐다.

경주 지역의 자축 분위기와 달리 울산시는 “방폐장 건설 예정지인 봉길리가 경주 도심보다 울산 시내에서 더 가깝다”며 반발했다.

울산시와 울산 북구는 “각종 혜택은 경주가 받는 반면 방폐장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울산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방폐장 예정지에서 반경 10km 이내에 울산 북구 강동동이 있고, 반경 30km 이내에 울산시민의 90%가 거주해 방폐장으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은 경주 시민보다 울산 시민이 더 많이 받는다는 것.

북구는 “방폐장 부지와 가까운 강동동은 현재 해양복합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되는 데다 돌미역 등 수산물이 생산되는 곳”이라며 “관광단지 개발에 차질을 빚고 수산물 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주 핵폐기물 매립장 유치 철회 추진위원회’ 김진영(金鎭泳·북구 의원) 위원장은 “주민투표법 16조에는 관할 지자체 주민만 투표하도록 돼 있으나 방폐장과 같은 위험·혐오시설은 동일 영향권에 속하는 주민도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 관계자들은 3일 동천동 시청에서 경주역까지 2.5km 구간을 카퍼레이드하며 유치 성공을 자축했다.

시민들은 도로 곳곳에 걸려 있던 ‘방폐장 찬성’ 현수막을 걷어내고 유치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올렸다.

시민들은 “경주시가 그동안 경마장과 태권도공원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에서 탈락해 허탈했는데 주민의 힘으로 방폐장을 유치해 기쁘다”고 말했다.

삭발단식을 하면서 찬성을 호소했던 백상승(白相承·70) 경주시장은 “30만 시민이 뜻을 모아 경주 발전의 도약대를 마련했다”며 “첨단기술과 결합한 살기 좋은 천년고도를 가꾸도록 시민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봉길1리와 2리의 주민들도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현재 주민은 120가구 500여 명.

이들은 “방폐장이 들어와도 괜찮으니 여러 곳에서 유치경쟁을 벌인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확정된 만큼 정부와 경주시가 미덥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대 분위기를 찬성 쪽으로 바꾸는 데 앞장선 양북면유치위원회 최상권(崔相權·51) 씨는 “원전과 함께 30년을 살아왔지만 주민생활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단의 지원책을 약속한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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