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유엔총회 첫 상정…한국은 또 기권하나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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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문제가 유엔 총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소속 25개 회원국은 2일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사회 문화 인도적 문제 관할)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인권위원회에 올라 통과된 적은 있지만 유엔 총회에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총회가 결의안을 채택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다.

▽북한 인권 결의안 주요 내용=본보가 이날 입수한 결의안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북한 내에서 고문과 공개 처형, 불법 구금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제로 송환된 탈북자들을 반역행위자로 규정해 구금, 고문, 사형 등의 처벌을 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U 회원국들은 또 “북한에서는 사상, 양심, 종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으며 여성과 아동의 인권도 인신매매와 영아살해, 아동의 육체적 정신적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영아 발육부진 등의 형태로 유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인도적 목적의 국제기구들이 북한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동하도록 보장해 줄 것과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조사에도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일본인 납치 등 외국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EU의 북한인권결의안은 올해 4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통과된 대북 인권결의안 내용에 위띳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이뤄졌다.

▽북한인권결의안, 유엔 총회 통과할까=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은 17일부터 23일 사이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유엔 전체 회원국(191개국)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EU는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물밑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결의안 제출을 마감일인 2일까지 미룬 것도 막판까지 공동 제출 회원국을 늘리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다.

유엔 관계자들은 일단 총회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유엔 인권위에서 통과시키는 것보다 훨씬 품이 더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전체 회원국 중에는 북한 쪽 입장을 두둔하는 비동맹 국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총회에서 미얀마 콩고민주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짐바브웨 수단 벨로루시 등 6개국에 대한 인권결의안이 상정됐으나 짐바브웨 벨로루시 수단은 ‘불처리 동의안(no action motion)’이 상정돼 통과하지 못했다. 불처리 동의안이 상정되면 아예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유엔 총회장에서는 수단 쿠바 등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편드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미얀마 옹호 발언을 하는 등 지지세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연합(AU)이 수단과 짐바브웨 등을 위해 뛰어준 것처럼 중국이 얼마나 북한을 위해 ‘뛰어줄지’도 변수다. 중국은 최근 총회장에서 북한을 옹호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좀 더 시간을 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EU가 오래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준비해 오면서 공감대를 넓혀 왔다는 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한국은 또 기권하나…潘외교 “통과 가능성”▼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결의안의 (유엔 총회) 통과 여부는 장담 못하겠으나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과거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인권위에 상정됐을 때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이유로 들어 불참하거나 기권을 했다.

반 장관은 3일 “정부의 입장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반도 제반 상황, 6자회담 진전 상황, 남북한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리가 취할 입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기권을 하되 ‘투표 배경 설명(EOV·Explanation of Vote)’을 통해 “북한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기권하지만 북한 인권상황을 우려한다”는 의견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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