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7200만 무슬림 시청자 잡아라”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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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물론 중동의 아랍인들도 그들의 언어로 BBC 뉴스를 듣는다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영국 하원 외교문제위원회 파비언 해밀턴 의원이 최근 BBC의 아랍어TV 뉴스 채널 출범 소식을 접하고 한 말이다.

중동(1억3200만 명)과 유럽(4000만 명)에 거주하는 1억7200만 명의 무슬림(이슬람교도)을 잡기 위한 서방 세계와 아랍권의 미디어 전쟁이 뜨겁다.

서방 측 대표 저격수로는 BBC가 나섰다. BBC는 지난주 “2007년부터 아랍어로 생방송하는 채널을 만들어 하루 최소 12시간 뉴스를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깃은 유럽과 중동에 사는 무슬림.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런던의 BBC 본사에서 만들지만 중동 뉴스는 중동 전역에서 뽑은 특파원들이 제작할 방침이다. 연간 3360만 달러에 달하는 운영비는 영국 외무부가 지원한다.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방송이사위원회(BBG)가 2004년 2월 설립해 아랍권 22개국에 전파를 내보내고 있는 아랍어 위성TV ‘알 후라’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BBG 케니스 톰린슨 회장은 “200만 달러를 투자해 이르면 내년부터 방송 지역을 중동에서 유럽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아랍어 방송들은 서방 세계의 무슬림 시청자 공략에 정면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자세다.

1996년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아랍권의 대표 위성채널로 자리를 굳힌 알 자지라 방송은 9월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 21개국, 팔레스타인, 유럽을 시청권으로 하는 어린이 전용 채널을 출범시켰다. 올해 안에는 파리를 포함해 유럽에 5개 해외지사를 둘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다. 알 자지라 방송은 BBC보다 한 해 앞선 내년 봄부터 유럽의 영어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루 24시간 TV방송을 내보내는 ‘맞불 작전’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2003년 2월 20일 첫 전파를 내보낸 이후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알 자지라에 버금갈 만큼 급성장한 알 아라비야 방송은 이미 아랍어 어린이 채널(MBC3)을 운영 중이다. 이 방송은 또 알 자지라에 서구 언론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자신들은 ‘아랍의 옷을 입은 진짜 아랍 언론’이란 점을 부각시켜 시청률을 높이고 있다.

서구와 아랍, 중동 TV 간 미디어 전쟁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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