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중국이 미국에 고분고분해진 까닭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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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 관계에는 경제의 상호 의존, 안보 문제의 선택적 협력, 정치 외교의 이견, 전략적 경쟁 및 국지적 대립 등 4개 주요 영역이 있다. 올해 7, 8개월 동안 이들 모든 영역에서 양국의 긴장이 뚜렷이 높아졌다. 근본 배경은 중국의 경제력, 국제 무역 규모, 외교적 영향, 국방력이 지속적으로 급신장한 데 있다. 또 중-미 간의 역량 및 영향력의 변동 추이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과 우려도 작용했다.

또 이 기간에 중국의 군사력 증강, 외교적 영향력 확대, 국내 정치에 대한 통제, 해외 에너지 추구, 일부 ‘반미 국가’와의 관계, 중-미 무역 마찰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비판과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했다. 이는 7월 중국의 군사 위협을 강조한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평가보고’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은 국가 이익의 필요, 국력에 대한 자신감, 미국의 압력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인해 강경한 대미 제스처를 취했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 무력 통일을 명시한 ‘반(反)국가분열법’을 제정했고 이란 북한 미얀마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우즈베키스탄 등과의 관계를 발전시켰다. 러시아와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강행했다.

그러나 중-미는 상호간의 총체적 이익과 전반적인 전략에서 보면 대립과 갈등을 완화해 양국 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미 정부의 ‘중국 군사위협론’도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평가보고 발표 후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1월 중국 방문이 확정됐고 수년간 중단됐던 고위층 군사 교류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첫 방중으로 회복됐다. 중국 정부의 대미 태도도 최근 3개월간 전에 없이 온건 신중해졌으며 협력적 색채를 띠고 있다.

중국은 7월 21일 수년간 미국의 압력에 버텨 왔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해 미국 내 강경 목소리를 완화시켰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중국 에너지 전략의 위협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정치적 논란이 거세지자 유노칼의 인수를 포기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에서도 극적인 진전을 이끌어 내는 데 노력해 미국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최근 중국 지도자들은 ‘평화적 부상(화평굴기·和平굴起)’이라는 용어 대신 과거 사용해 왔던 중국의 ‘평화와 발전(화평발전·和平發展)’ 의도를 반복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8월 미국과의 첫 고위급 정례 전략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 직후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이 9월 21일 뉴욕의 한 회의에서 중국의 정치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데 대해서도 중국 정부와 언론은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럼즈펠드 장관이 방중 기간 중국의 군사 위협과 그 의도에 대한 비난을 되풀이했지만 중국 정부와 군은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대립과 충돌을 피했다.

최근 들어 대단히 온건해진 중국의 대미 태도와 정책은 대미 전략의 총체적 밑그림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중요 이익과 역량의 발전을 위해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도전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해 대립과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미국과의 신뢰를 증진하고 의심되는 언행을 삼가며 제한적인 타협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품고 있는 의구심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중국이 다각적인 대미 정책을 통해 양국 관계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실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살려 나가기 위한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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