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조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 추대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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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성공회 신앙에 대해 설명하는 박경조 주교. 그는 “성공회는 로마교회와 정교회의 분열 이전 초대교회의 신앙을 간직하고 있으며, 각 종파의 장점을 포용하려는 전통을 세워 오늘날 교회일치운동에 공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성공회 신앙에 대해 설명하는 박경조 주교. 그는 “성공회는 로마교회와 정교회의 분열 이전 초대교회의 신앙을 간직하고 있으며, 각 종파의 장점을 포용하려는 전통을 세워 오늘날 교회일치운동에 공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기독교 신앙은 이제 예수님을 믿는 것만 갖고서는 안 됩니다. 존재의 원리가 경쟁이나 투쟁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지요. 오늘날 이를 실천하는 삶은 바로 나눔 생명 평화의 삶입니다.”

1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14일 열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인 박경조(61) 주교에게 쏠리는 종교계의 이목은 남다르다.

KNCC 회장은 8개 가맹교단이 돌아가면서 맡는데 이번에는 성공회 차례. 역사적으로 에큐메니컬(교회일치) 운동에 앞장서 온 성공회 측이 회장을 맡게 됨에 따라 교회일치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만난 박 주교는 대한성공회가 나아갈 방향은 바로 ‘나눔 생명 평화’를 실천하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나눔운동은 박 주교가 성공회의 역사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박 주교의 제안으로 1980년대에 많은 젊은 사제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고통을 나눴다.

“이는 예수님의 성육신(成肉身·incarnation·신적인 존재가 인간의 육체를 입어 인간적 존재가 된 일)을 실천한 일이죠. 당시 사제들은 서울 상계동, 봉천동의 빈민촌에 들어가 ‘나눔의 집’을 세우는 등 사회선교에 앞장섰습니다.”

지금도 성공회 성직자 수나 예산액, 기관 수에서 사회선교 부문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박 주교는 내년 세계성공회 차원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한 북한 돕기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세계성공회 총회에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어요. 회의 결과 영국 캔터베리대주교를 비롯해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 세계성공회 지도자들이 내년 하반기 중 남북한을 동시 방문하고 서울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국제콘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아프리카를 지원해 온 세계성공회의 1억 신자들이 이제는 북한 지원에 나서는 것이지요.”

그는 이 같은 동북아 평화운동을 KNCC와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성공회 내에서 관상기도 운동을 주도하며 영성회복을 강조해 온 박 주교는 교구장 취임기념으로 묵주기도 안내서인 ‘손으로 드리는 기도’를 펴내기도 했다.

“16, 17세기 종교개혁 이후 합리적 신앙이 강조되는 바람에 영성운동이 교회에서 사라지고 그 전통이 수도원에서만 면면히 이어져 왔어요. 성공회는 소그룹활동 등을 통해 영성회복운동을 강력히 펴 나갈 작정입니다.”

영국인 찰스 존 코프 주교가 1890년 내한해 전도활동을 함으로써 시작된 대한성공회는 현재 교회 150개, 사회선교기관 150개, 등록신자 6만 명, 성직자 200명 규모다. 비슷한 역사를 지닌 다른 개신교단에 비해서는 교세가 약한 편.

이에 대해 박 주교는 “뜨거운 은혜와 축복보다는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성공회 신앙의 성격상 교세 확장에 어려움이 컸다”며 앞으로는 서울대성당에서 ‘직장인 정오 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문화선교활동을 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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