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도어록 1위 아이레보 전주범 회장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코멘트
나성엽 기자
나성엽 기자
“사장님이 책임지세요. 대우에서 근무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세요.”

국내 디지털 도어록 1위 업체인 아이레보의 하재홍(40) 사장은 전주범(53·사진) 전 대우전자 사장에게 회장 영입 제의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회장이 대우전자 사장 시절 말단 직원으로 일했던 하 사장이 전 회장을 자극한 것이다.

대우에서 20년 가까이 해외 현장을 누비며 ‘세계 경영’을 주도해 온 전 회장에게 비즈니스 현장은 언제나 다시 찾고 싶은 고향이었다.

○대우맨들이 만나다

전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면서 40대에 사장이 된 신화적 인물이었다. 1975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대우전자 TV수출부장, 유럽본부장 등을 거치며 김우중 전 회장의 눈에 들어 1998년 1월 46세의 나이에 상무에서 사장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정부가 대우전자를 삼성전자에 합병시키려는 계획을 발표하자 독자생존을 주장하면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 사장은 1989년부터 7년간 병역특례로 근무한 적이 있지만 당시 전 사장을 직접 만난 일은 없었다.

전 회장은 하 사장의 영입 제안을 받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디지털 도어록이 달린 현관문을 셌다고 한다. 아이레보 주가를 분석하고, 시장의 특성과 회사의 성장 전략을 연구하면서 제2의 비즈니스 인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우의 세계 경영 심겠다”

부산 영산대 부총장으로 있던 전 회장은 결국 하 사장의 제의에 이끌려 지난달 26일 아이레보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디지털 도어록 제품을 분해한 뒤 부품을 널빤지 위에 늘어놨다.

“부품을 보면 생산과정이 보입니다. 공정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부품 개수를 줄이거나 공정 단축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그는 수시로 오전 7시부터 간부들을 모아 놓고 3, 4시간씩 회의를 한다. 창업한 지 7년 된 회사의 정체성이 뭔지 자주 묻는 게 일이다.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기업은 크지 못한다는 철학을 경험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 태스크포스(TF)도 여러 개 만들어 가동하기 시작했다. 도어록 외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대우 분식회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전 회장은 “대우맨이라는 게 자랑스러울 때도,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이제 아이레보에 다걸기(올인)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아이레보의 해외사업 부문이다.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좋은 실적은 못 내고 있어요. 외국 다니면서 시장 개척하는 일에 이력이 난 만큼 해외사업 부문은 제가 직접 챙겨야죠.”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