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설경구 ‘러브레터’로 9년 만에 연극무대 복귀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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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를 통해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설경구(왼쪽)와 상대 멜리사 역의 김보영. 사진 제공 한양레퍼토리
‘러브레터’를 통해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설경구(왼쪽)와 상대 멜리사 역의 김보영. 사진 제공 한양레퍼토리
“멜리사, 편지는 전화와 달라. 편지의 좋은 점은 네 마음대로 중간에 끊을 수 없다는 점이야. 끊으면 죽어버리는 전화와 다르다고. 이 편지를 간직하면서 오늘도 읽고, 내일도 읽어도 되고, 원한다면 네가 죽을 때까지 읽을 수도 있어…앤디가.”

“…찢어버려도 되지. 멜리사로부터.”

‘러브레터’는 한 남녀, 앤디와 멜리사가 주고받는 줄기찬 ‘편지질’에 대한 연극이다.

관객을 향해 앞을 보고 나란히 앉은 두 배우는 공연 내내 서로를 거의 쳐다보지도 않은 채 각자 편지만 읽는다. 이들이 주거니 받거니 읽는 편지는 사실상 두 사람의 대화다. 재치 있는 편지 속 문장들이 탁구공처럼 탄력 있게 앤디와 멜리사 사이를 오갈 때마다 객석에는 가벼운 웃음이 번진다.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범생이’ 앤디와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 순탄치 않은 성장과정을 거쳤지만 발랄함을 잃지 않은 부잣집 딸 멜리사. 코흘리개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깜찍한 ‘편지질’은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빛깔을 달리하며 평생 동안 이어진다. 한 사람은 이혼한 알코올 중독자로(멜리사), 또 한 사람은 세 아들과 아내를 둔 행복한 정치가(앤디)로 너무나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평생에 걸쳐 편지로 소소한 일상을 나누어 온 두 사람. 관객들은 편지 속에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진작 읽어내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조금 늦게 깨닫는다.

‘사랑이란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세월을 쌓아가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2인극이다. 이 연극을 보고 나면, 갑자기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연극은 스타 영화배우 설경구가 9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작품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설경구가 출연하는 날은 보조석도 모자랄 만큼 관객이 넘쳐 ‘스타 파워’를 확실히 입증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선 탓인지 설경구는 대사가 아직 입에 완전히 붙지 않은 데다 “할머니가 주신”을 “엄마가 주신”으로 잘못 읽는 등 자잘한 실수가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설경구-김보영 팀을 포함해 이호재 최용민 이대영 김경식 최형인 지자혜 정경순 임유영 등 10명의 배우가 5팀을 이뤄 번갈아 공연한다. 12월 31일까지. 화∼금 7시 반 토 4시 7시 반, 일 공휴일 3시 6시 반 한양레퍼토리씨어터. 1만∼3만 원. 02-764-646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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