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사라진 국립중앙박물관 연표

  • 입력 2005년 11월 3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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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1층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고고학 연표. 고조선 표기가 없다. [동아닷컴]
국립중앙박물관 1층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고고학 연표. 고조선 표기가 없다. [동아닷컴]

지난달 28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연표에 ‘고조선’이 빠져 관람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박물관 1층 전시실 입구에는 우리나라와 중국ㆍ서양사를 비교할 수 있는 연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연표에 고조선이 빠진 것.

구석기실에 설치된 '한국고고학 연표'. 고구려ㆍ가야ㆍ백제는 표기는 있으나 고조선은 찾아볼 수 없다. [동아닷컴]

또 첫 관람코스인 구석기실의 ‘한국고고학 연표’에도 고구려ㆍ신라ㆍ백제ㆍ가야는 있지만 고조선은 없어 관람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 연표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ㆍ초기철기시대, 원삼국시대, 삼국시대(고구려ㆍ신라ㆍ백제ㆍ가야), 남북국시대(발해ㆍ통일신라), 고려, 조선 순으로 표기돼 있다.

개관 당일 박물관을 찾았던 홍성현(52·은평구) 씨는 “중ㆍ고등학교 시절 우리나라는 고조선부터 시작한 반만년 역사라고 배웠다”며 “그런데 국립박물관에 설치된 연표를 보면 우리나라 역사의 절반이 고조선과 함께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홍 씨는 “연표에는 같은 시기에 중국은 상ㆍ하ㆍ서주, 서양은 바빌로니아를 표기했으나 우리나라는 신석기 및 청동기 유물만 몇 점 그려 놨다”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는 국가도 없이 원시인이나 살았던 지역인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현재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은 고구려 역사를 자국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나라는 없는 역사도 날조해 가면서 자신들의 기원을 높이려고 하는데 우리 국립박물관은 있는 역사마저 스스로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도 “고고학적으로 시대를 구분하다보니 고조선이 빠질수도 있겠지만, 신라ㆍ고구려 등도 표기하고 있는 만큼 고조선 표기도 병행하는 것이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학예연구실 홍진근 연구관은 “이번에 설치된 연표는 고고학 연표라서 중ㆍ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역사 연표와는 다르다”면서 “고조선이 역사학적으로 중요하고 우리나라 역사의 출발점이지만 고고학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역사학과는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치된 연표 역시 시대중심으로 정의한 ‘한국고고학 연표’라서 고조선 표기가 중요하지 않았을 뿐 박물관이 일부러 역사를 왜곡 한 것이 아니다”며 “청동기ㆍ철기시대실에 설치된 연표에는 고조선 표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이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거나 축소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다만 구석기실 등 일부 고고학 연표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라ㆍ고구려ㆍ백제 등을 병행 표기하면서 고조선이 생략됐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연구관은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들의 여론 수렴을 거쳐 고조선이 추가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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