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소록도 한센인들의 ‘특별한 가을여행’

  • 입력 2005년 11월 3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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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의 보금자리인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小鹿島). 작은 사슴을 닮은 이 섬에서 평생을 살아 온 한센인들이 3일 제주도로 특별한 가을여행을 떠난다.

제주도 여행은 처음인데다 최근 일본 도쿄(東京) 지방법원의 부당한 재판 결과로 상심이 컸던 터라 감회가 남다르다.

이번 여행에는 소록도에 사는 60, 70대 한센인 30명과 자원봉사자, 간호사, 고흥지역 각계 인사 40명이 동행한다.

3일 오전 카페리호를 타고 고흥 녹동항을 출발해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올 계획이다. 여행 경비 600여만 원은 도양읍 주민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선상에서는 ‘소록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소사모)’ 회원이 오락과 위문 프그로램을 진행한다.

여행을 주관한 단체는 지난해 9월 도양읍 74개 기관과 업체로 구성된 ‘녹동항만발전협의회’(회장 김양섭).

녹동항을 널리 알리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결성된 협의회는 주위의 편견과 눈총 속에 나들이 한번 해보지 못한 한센인을 위해 소사모와 녹동∼제주간 여객선을 운항하는 남해고속, 국립소록도병원과 함께 행사를 준비했다.

협의회 황인호(52) 사무국장은 “일제의 강제 격리 조치와 인권유린에 대해 보상을 요구한 소송이 일본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한센인의 상심이 컸다”면서 “제주도 여행이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는 진종근 고흥군수와 김양섭(여수해양수산청 고흥해양수산사무소장) 협의회장이 동행한다.

소록도 주민자치회 김명호(56) 회장은 “종교단체 초청으로 1년에 한두 번 육지 나들이를 하지만 제주도 여행은 처음”이라며 “뱃길로 5분 거리지만 그동안 교류가 많지 않았던 도양읍 주민들이 마련해 준 여행이라 의미가 더 각별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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