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유치]19년 꼬인 매듭 주민투표로 풀었다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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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됨에 따라 19년을 표류해 온 국가적 난제가 마침내 해결됐다.

이번 방폐장 부지 선정은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향후 주민 반대가 심한 국책사업 추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과 이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간 과열 경쟁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4개 지자체가 유치를 신청하고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최종 선정되기까지는 다양한 실험을 거쳐야 했다.

정부는 1986년부터 9차례에 걸쳐 방폐장 후보지 물색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낙마한 장관만도 3명에 이른다. 부지 선정 방식도 공모에서 외부 기관 추천, 지자체 자율 신청으로 3차례나 바뀌었다.

결국 거듭된 실패가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데서 비롯됐음을 인정하고 지난해 주민투표제를 도입하고 모든 지원 내용을 법제화했다.

모두가 기피하던 혐오시설을 4곳의 지자체가 과열 경쟁을 벌여가며 유치전에 나선 것은 엄청난 지원과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무엇보다 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지자체 주민 간 반목과 방폐장 반대 여론이 진정돼야 한다. 국책사업 부지 선정을 위해 사업비와는 별도로 3000억 원이 넘는 돈 보따리를 푼 것은 향후 비슷한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90%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지만 방폐장 유치를 반대해 온 경주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불법 선거 논란도 극복해야 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오연천(吳然天) 교수는 “주민투표로 방폐장 부지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원칙을 정했으면 승복해야 한다”면서 “일부 절차적 문제를 들어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방사성폐기물 보관시설 이젠 충분한가▼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가 선정됨에 따라 포화 상태에 이른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용 후 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이 조만간 한계에 이를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원전 수거물은 방사선의 세기에 따라 원전에서 사용된 작업복이나 장갑 같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나뉜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은 울진 월성 영광 고리 등 전국 4곳의 원전과 대전 환경기술원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전국의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저장능력은 총 10만9200드럼(200L들이 기준)으로 작년 말 현재 64%(6만9459드럼)가 찬 상태.

이번에 부지가 결정된 중저준위 방폐장은 80만 드럼의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여서 앞으로 60년 동안은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한계 직전에 와 있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이다. 고준위 폐기물 저장능력은 9803t인데 작년 말 현재 7286t(74.3%)이 찬 상태.

이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월성 원전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울진 등 나머지 3곳의 원전도 2008년 안에 한계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고준위는 원자로에서 사용한 연료(사용 후 연료)나 이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질을 말한다. 방사선 세기가 강하다.

중저준위는 원전 근무자가 사용한 작업복, 장갑이나 원자로에 쓰이는 필터 등 소모성 부품이다. 방사선 세기가 약하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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