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표가 공개한 녹음테이프에는 ‘1973년 11월 서해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어선의 기계 고장으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김 씨가 북한에서의 생활난을 호소하며 남측 가족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육성이 담겨 있다.
충남 서산에서 어부 생활을 했다는 김 씨는 30분 분량의 이 테이프에서 “없는 살림에 먹고살기 힘들어 남쪽의 너희들(동생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며 “중국에 와 조선족 김모(여) 씨를 통하면 국경에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년 전에 북한의 지인(知人)을 통해 김 씨의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뒤 비공개리에 김 씨를 남측으로 데려오기 위해 애썼으나 실패했다”며 “김 씨를 보호하기 위해 자세한 신원과 테이프 입수 경위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테이프를 넘겨받은 뒤 남측의 김 씨 가족들을 찾아 테이프의 목소리가 김 씨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씨와 함께 북한에 억류됐다가 2003년 귀환한 동료 ‘납북 어부’ 이모 씨도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1일 한 납북자 관련 모임에서 테이프를 듣고 함께 북한에 있었던 친구의 목소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 테이프에서 부산에 사는 여동생에게 “1997년 6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아버님 묘소를 찾아 술 한잔 부어 드리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어머니에게는 “가깝고도 먼 북조선에서 어머니께 이 불효막심한 아들이 허리 굽혀 큰절을 삼가 드린다”면서 “오래오래 살아계시면 꼭 만날 것”이라며 흐느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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