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대학과 한일관계]어윤대 총장-시라이 총장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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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 가쓰히코 일본 와세다대 총장(왼쪽)과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대학이 21세기에 갖추어야 할 자세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원대연 기자
시라이 가쓰히코 일본 와세다대 총장(왼쪽)과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대학이 21세기에 갖추어야 할 자세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원대연 기자
《2일 오후 ‘미래지향적 한일 동반자 관계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제4회 한일 밀레니엄 포럼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분야별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고려대 LG-POSCO경영관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명문 사학 총장인 고려대 어윤대(魚允大) 총장과 와세다(早稻田)대 시라이 가쓰히코(白井克彦) 총장이 만났다. 이들은 ‘글로벌 시대의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한일 관계’라는 주제로 1시간여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두 총장의 격의 없는 대화를 지상 중계한다.》

▽시라이 총장=얼마 전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200대 대학’ 순위에서 고려대가 184위로 처음 200대 대학에 진입한 것을 축하한다. 201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들겠다는 목표가 순조롭게 달성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비록 순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와세다대도 글로벌 리더 대학이 되기 위해 10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되기 위해 고려대가 기울인 노력은 무엇인가.

▽어 총장=교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00주년을 맞은 해에 좋은 결과를 받아들게 됐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고 어학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라이=중요한 지적이다. 세계 공통적인 대학의 척도는 교수 1인당 학생 수, 교수의 논문 수, 외국 학생의 유입 수준 등이다. 21세기를 맞아 국제화가 일반적인 담론이 된 지금 이를 바탕으로 질 높은 교육과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리더를 얼마나 많이 공급하는가가 중요하며 글로벌 리더의 필수조건은 어학능력이다. 어학능력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는 것은 아시아권 특히 일본과 한국 대학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어=정보화 시대에 맞는 대학의 체질 개선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지역별 세대별로 지식이 분화돼 있었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식의 범용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리더는 특화된 지식을 갖춰야 하며 대학 역시 전문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이=대학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청을 수용해 전문 교육과 교양 교육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과 찾아낸 정보를 통해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으며 이는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공감한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는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함께 대학의 자율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라이=일본에서는 대학의 자율권을 강조하는 미국식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대학이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정한 기준만 충족되면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그 대신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하는 쪽으로 정부 방침이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도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대입을 위한 공통 시험이 있지만 공통 시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어=올해는 한일 우정의 해이다. 한일 관계 우호 증진을 위해 양국의 대학과 지식인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라이=역사적 진실은 각자가 서 있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지만 서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 공통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동북아 시대를 함께 열어 가야 할 한일 양국의 학생에게는 역사에 대한 공통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부터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지켜보며 섭섭한 감정을 갖게 될 때가 있다. 한일 양국 관계 우호 증진을 위해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라이=이 문제는 일본의 정치인, 국민 전체의 생각을 바꾸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의 경우 일본인은 특유의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를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본뿐 아니라 한국이 함께 공통 인식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어=한일 간에는 정경(政經)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무역과 투자, 지적 소유권에 대한 양국간의 건설적인 논의는 역사문제와 별개로 계속돼야 한다. 역사문제로 인해 경제적인 관계가 잘못되면 양국의 피해는 무척 클 것이다.

▽시라이=감정적인 접근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이 해결 여지를 더 높일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역사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일본이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 일본인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일본 정치인이 앞장서야 한다.

▽어=태평양 시대에는 한중일 3국이 주축이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이 지식인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라이=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번 한일 밀레니엄 포럼이 솔선해서 한국과 일본의 학문과 문화를 교류하는 기회를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앞으로 중국 지식인이 합류해 한중일 3국이 공유된 지식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면 역사문제를 비롯해 3국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훨씬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시라이 가쓰히코 총장▼

1939년생. 와세다대 전기공학 석사

일본 사립대학협회 부회장

▼어윤대 총장▼

1945년생. 고려대 경영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정리=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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