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날 방송에 나오게 해줘’ 톡톡튀는 ID-사연들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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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 사연입니다. 닉네임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나’?”

“여기 또 있습니다. 닉네임 ‘신밧드의 보험’.”

매주 화요일 밤 방송되는 KBS2 ‘상상 플러스’(오후 11시 5분)에는 개그맨들보다 더 웃기는 시청자들이 있다. 바로 ‘엽기 ID’를 가진 누리꾼. 화면 하단에 소개되는 시청자 사연에 독특한 ID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그런가 하면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자신의 어두운 과거사를 고백하는 사람도 많다. 바야흐로 시청자들이 튀는 시대다.

○ 일단 엽기 ID로 튀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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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상상플러스’에서는 스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스타 플러스’ 코너와 특정 연예인과 닮은 사람의 사진을 찾아내는 ‘스타 닮은꼴을 찾아라’ 코너가 진행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본 프로그램의 내용보다 ‘니코크더만’(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광고 카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등 시청자들이 패러디한 엽기 ID가 더 화젯거리다.

유형도 여러 가지. 영화나 드라마 제목 패러디(‘대추나무 사람 걸렸네’, ‘오즈의 맙소사’, ‘킬리만자로의 표절’), 유명 연예인 이름 패러디(‘안졸리나 졸려’, ‘크리스티나 아기를내놔’), 광고 카피 패러디(‘보일러 댁에 아버님 놓아드려야겠어요’) 등 다양하다. 이로 인해 KBS2 ‘상상 플러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두 달 전부터 아예 ‘엽기 닉네임 공모’ 코너가 생겨 한 주 평균 1만 건 이상 신생 ID가 게시된다.

이세희 PD는 “제작진 역시 재미있는 ID를 가진 시청자 글을 우선적으로 보게 된다”며 “최근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늘어남에 따라 시청자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특한 ID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PD는 그러나 ‘톰과 란제리’ 같은 야한 닉네임은 삼가는 게 좋다고 권했다.

○ 어두운 과거라도 시선 사로잡자

퀴즈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 경쟁이 더 치열하다. 매주 5, 6명의 출연자를 선발하는데 1000명 가까이 지원하기 때문. KBS ‘퀴즈 대한민국’(일 오전 10시)의 경우 자신이 왜 출연해야하는지 사연을 적어 보내 채택되면 1차 인터넷 예심을 면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출연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어두운 과거사나 애절한 사연으로 제작진을 감동시키는 작전을 쓴다.

한 20대는 “지금까지 면접을 수없이 봤지만 취직이 안 돼 백수”라며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자신감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 것”이라는 자기소개서 양식의 글을 써 보냈다. 한 40대 여성은 “포장마차를 운영하다가 단속에 걸려 한 달째 장사를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프로그램의 김영나 작가는 “‘무조건 뽑아 달라’는 애원형이나 ‘안 뽑아주면 폭파한다’는 식의 협박형은 이미 낡은 수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슬퍼서 오히려 의심받는 경우도 있으며 가끔 거짓으로 글을 써서 들통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방청권을 따내려 해도 일단 튀어야 한다. MBC ‘김동률의 포 유’,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음악 프로그램이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 “사귄 지 1000일” “저 군대 가요” 등의 연애담이나 입대를 이유로 방청권을 호소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는 △“아들 장가 보내야 하는데 색시랑 함께 방청하면 좋겠다”는 50대 아버지 △“병에 걸린 우리 오빠가 프로그램을 좋아해 신청한다”는 여동생 △“아빠 엄마가 결혼기념일을 맞았다”는 자녀 등 ‘가족애’를 강조하는 글이 경쟁력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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