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前검찰총장의 ‘못다 한 얘기’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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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김종빈(金鍾彬) 전 검찰총장에게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도 지휘권 발동을 강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 장관 측은 지휘권 발동 후 김 전 총장의 사퇴 파동이 일자 “지휘권 발동과 같은 사안으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낼 줄은 몰랐다”고 말해 왔다. 지난달 17일 퇴임식을 가진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던 김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이고 헌법의 기본 이념은 자유민주주의”라며 “강 교수의 발언과 행동은 명백히 법에 위배되는 것이고 구속이 불가피한 중요한 사안이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달 12일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 전에 천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이 발동된다면 검찰총장은 책임(사표 제출)을 질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강 교수 사법 처리 문제를 놓고 천 장관과 오랫동안 논의했으며 수사지휘권 발동 직전엔 40여 분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12일 오전에 검찰총장이 강 교수를 구속하겠다고 보고한 것이 검찰총장과의 마지막 통화였으며 검찰총장과 전화로 40분간 고성이 오가는 토론을 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총장은 “천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강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며 뜻을 굽히지 않자 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적인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전 총장은 “도대체 법적인 조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천 장관은 “수사지휘권”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장은 “일본에서 단 한 차례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적이 있었지만 그 결과는 내각 총사퇴라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득하면서 지휘권 발동과 그 파장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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