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親盧-反盧 갈등]“反盧 떠나라” “대통령이 떠나라”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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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의 총사퇴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정면 공격 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한 차례 태풍이 휩쓸고 간 열린우리당에서 이번엔 당내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친한 ‘범 정동영계’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지하는 재야파가 내년 초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앞두고 각기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 복귀가 기정사실화한 만큼 차기 대권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

친노(親盧) 진영은 그들대로 “노 대통령이 마구 짓밟히는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당내 다수의 중도파들은 이런 당내의 대결구도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누가 당의 주도권을 쥐든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아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당의 향배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친노 진영의 반발=의정연구센터(의정연),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국민참여연대1219 등 범(汎)친노 진영은 ‘노무현 지키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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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겨냥하는 ‘주 목표’는 당내 정통 운동권 출신을 자임하는 ‘재야파’다.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재야파가 노 대통령 공격에 앞장섰기 때문.

친노 진영의 한 축인 국참연대1219가 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긴급 당원 대토론회에서는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공격했던 재야파 의원 등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참석자들은 “28일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을 비난한 문학진(文學振) 유승희(兪承希) 정장선(鄭長善)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당당히 앞에 나와서 토론을 붙자”고 제안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해서는 “즉각 출당시켜야 한다”,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자”는 격한 얘기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참연대1219를 이끌고 있는 정청래(鄭淸來) 의원은 “서로 돌을 던지고 생채기를 내서 우리 얼굴이 피범벅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흔들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참정연 멤버인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당내에 중심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탈당하겠다면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의정연 간사인 이화영(李華榮) 의원도 “당 일각의 노무현 흔들기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며 “모든 친노 세력이 대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노 진영 내에서는 “노 대통령은 당내 갈등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아 일사불란하게 결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친노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재야파의 한 의원은 “위기의 원인이 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정 장관계와 김 장관계의 기세싸움=지난달 28일의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거칠게 공격해 당 지도부 총사퇴를 이끌어 낸 재야파(김근태 장관계)는 세 확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재야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은 모임을 갖고 정세균(丁世均) 임시 당의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의 진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야파 소속 의원들은 “당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지지층이 이탈했다”면서 당-정-청 쇄신론과 당내 노선투쟁을 주장하며 외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정동영 장관 계에 비판적인 신기남(辛基南) 의원이 이끌고 있는 ‘신진보연대’ 등과의 연대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지양돼야 하지만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사실만으로 힐난 받아서도 안 된다”며 재야파의 손을 들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재야파와 함께 각각 30여 명의 지지 의원을 확보하고 당내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정 장관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재야파에 비해 결속력은 낮지만 정 장관이 여권 차기 주자 중에서는 여론조사 지지도가 가장 높아 상대적으로 폭넓은 당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게 사실.

대통령 공격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과 선을 긋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그렇다고 다수파의 쿠데타라고 하는 것도 과도한 해석”이라며 재야파와 친노 진영 양쪽을 비판하면서 당내 다수의 중도세력을 우군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도파는 관망…회의…불안…=당내 다수를 점하는 중도파 의원들은 친노 직계의 ‘대통령 옹위론’에 대해 냉소적인 분위기다. 나아가 정, 김 두 장관의 당 복귀에 대해서도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중도 보수파로 분류되는 안영근 의원은 친노 직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촉구했다.

안 의원은 또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김 장관의 당 복귀에 대해 “현재와 같은 당 시스템으로는 두 장관이 복귀하더라도 진흙탕에 뛰어드는 결과가 나타나고 결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대선은 한참 남았기 때문에 두 장관의 당권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에서 정, 김 장관 측 진영에 속하지 않은 다수 의원들은 “두 사람이 당의 전면에 나서더라도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광주 전남 지역 의원들은 “임시 지도부에 이 지역 출신이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등 동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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