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에 발톱 더 세운 고이즈미 개각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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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과거사를 행동으로 반성하고 아시아 이웃 나라들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개각을 했다.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거사를 미화하는 데 앞장서고, 노골적으로 한국 중국 등에 대한 강경대치 자세를 취해 온 아소 다로 총무상을 외상으로 발탁한 것이 특히 주목된다. 역시 우파 성향이 짙은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를 자신의 최측근포스트이자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에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후계그룹을 키우기 위해 이들을 중용했다는 일본 국내의 해석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후계그룹에는 온건파인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 같은 인물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의 ‘경계 인물’인 아소 총무상을 외상으로 선택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의 ‘말 이상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아소 외상은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창씨개명에 대해 “조선인이 희망해 이뤄졌다”고 망언한 사람이다. 그는 또 총리 등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A급 전범(戰犯)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침략전쟁 정당화와 연결되기 때문에 금후 일본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낳는다.

그런데도 이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것은 집권 자민당이 지난 주말 자위군(軍) 보유 등을 명기한 신헌법 초안을 승인한 것과 맞물려, 일본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묻게 한다. 전쟁과 군비(軍備)를 부인하는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전쟁 가해자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겠다는 뜻이다. 고이즈미 정권은 한일, 중일 관계를 더 악화시키더라도 대(對)아시아 강경 외교군사 노선을 밀고 나가기로 작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단지 국내 정치적 효과만을 계산해 말로만 일본에 대해 강한 입장을 보일 일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일본의 위험한 변화에 경종을 울리고, 실질적으로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심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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