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 논술고사 가이드 라인]어떤 유형이 출제될까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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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에 대해 대학들은 일부 불만과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에 맞춰 시험 유형을 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1학기 수시모집에서 본고사 논란을 부른 일부 대학의 2학기 수시모집 전형 출제 방식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가이드라인 따르겠다”=통합교과형 논술 출제 방침으로 본고사 논란의 불을 지핀 서울대는 이번 논술 가이드라인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종섭(李鍾燮) 입학관리본부장은 “그동안 서울대가 교육부에 건의해 온 내용 대부분이 반영됐다”며 “‘영어 지문 제시 허용’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교육부의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한다는 통합형 논술고사의 본질적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을 고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서울대는 수험생과 교수, 교사, 교육부의 의견을 수렴해 2008학년도부터 실시될 통합형 논술고사에 대해 10월 말까지 예시 문항을 만들어 공개할 방침이다.

▽일부 대학 “아쉽다”=논술고사를 치러 온 일부 대학은 “가이드라인 내용이 당황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불만과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이화여대 최은봉(崔恩鳳) 입학부처장은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지만 교육부의 지침을 존중하는 선에서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험 유형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최재훈(崔載勳) 입학처장도 “일단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논술 어떻게 출제될까=인문계의 경우 대안 제시 능력, 비판 능력,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논술이 주축을 이룰 전망이다.

고전 등에서 발췌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제시문을 참고로 특정 주제에 대한 수험생의 의견을 서술하는 형식이 있을 수 있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 정시에서 2개의 한글 제시문을 주고 별도로 제시한 특정 문장을 인용해 자신의 견해를 담아 논제를 해결하라고 한 문제는 무난하다는 평가다.

채점 편의를 위해 ‘영어 공용화에 대한 의견을 1000자 내외로 논술하라’는 식의 논제만 주는 일반 논술을 채택할 수도 있다.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몇 자 이내로 서술하라는 요약형 문제도 가능하다.

자연계는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술이 주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정답이나 풀이과정이 아니라 사고의 전개 과정을 측정하는 방식은 허용될 수도 있다. 이화여대도 2학기 수시모집 때는 수리논술을 좀 더 서술형에 가까운 형태로 출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입에 미치는 영향=논술심의위원회가 일반 논술만 허용하면 대입 전형에서 논술의 반영 비율을 더 높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논술이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되지 못하면 내신 위주인 수시모집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대학이 아직도 고교 내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대학들은 교육부 논술지침이 적용되지 않는 구술면접의 비중을 늘리고 전형에서 학생부 비교과영역 자료 등 서류전형 심사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가 각 대학이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논술을 개발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관리실장은 “대학들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다양한 논술 유형을 개발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가이드 라인에 적합한 논술문제 유형▼

○서울대 2005학년도 정시 논술

<논제>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 아래의 내용을 반드시 논술문에 포함시킬 것.

1. <제시문 1>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해 <제시문 2>의 내용을 논할 것.

2. 다음 문장들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할 것.

① 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 놓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홍대용, 담헌집) (중간 문장 생략)

⑤ 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존 로크, 인간 오성론)

<제시문 1>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노한 물줄기…몸 가지는 데 교묘하고, 스스로 총명한 것을 自信하는 자에게 이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시문 2> 어느 산골에 작고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물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우물보다 더 넓고 복잡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려대 2005학년도 정시 논술

[논제] 다음 네 개의 제시문에 공통되는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제시문] (1) 우리가 가진 근본 욕구들 중에는 도덕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큰 조직에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유를 불가피하게 억압받고, 조직의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요받는다. … 그래서 ‘거대주의에 의한 합리화’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너무 커진 규모 속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4) 북녘 바다에 곤(鯤)이란 물고기가 있다. 그 몸집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물고기가 화(化)해서 새가 되는데, 이름하여 붕(鵬)이라 한다. 붕의 몸집 또한 몇 천 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 하루살이가 밤과 새벽을 알 리 없고 여름벌레가 눈과 얼음을 알 리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큼(大)과 작음(小)의 차이이다. 새끼 비둘기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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