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화국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의 과학자 리처드 파인먼 덕이다. 파인먼은 양자전기역학을 재정립한 공로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파인먼은 어렸을 적 수집한 우표에 적혀 있는 투바의 수도 ‘키질(Kyzyl)’의 철자가 자음만으로 이뤄진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이후 투바를 방문하기 위해 암 투병을 하면서도 10년이 넘도록 온갖 노력을 다한다.
얼굴도 모르는 투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미국 전역에 있는 도서관을 다 뒤져 러시아어-투바어 사전을 찾아낸 뒤 이중 번역으로 편지를 쓰고, 몇 년 만에 답장을 받는다. 제보를 받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에 ‘투바’라고 새기기도 했다.
냉전시대인 1980년대에 구소련 자치공화국을 방문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었다. 1983년의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도 그의 발목을 잡는 데 한몫을 했다. 그래서 그는 끝내 투바 땅을 밟지 못하고 숨졌지만 그가 수집한 투바의 신비로운 ‘목구멍 노래(후메이)’는 CD와 영화로도 널리 소개됐다.
사소한 것에 지적 호기심을 갖고 열정을 보여 준 과정은 그의 동료가 지은 ‘투바-리처드 파인먼의 마지막 여행’에 감동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 책은 그가 왜 위대한 과학자가 됐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몇 년 전 접했던 이 책이 요즘 새삼 떠오르는 것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때문이다. 황 교수를 겪으면 겪을수록 파인먼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황 교수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 또한 남다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더욱 끌리는 것은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다. 파인먼은 농담을 잘하고 장난을 잘 치기로 유명하다. ‘파인먼 씨 농담도 잘하시네’라는 책까지 출간됐다. 드러머와 화가이기도 했고, 금고와 자물쇠 여는 것이 취미였다.
황 교수는 지금도 웬만한 지인이 전화를 걸면 모두 친절하게 받아 준다.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경호팀을 공식 모임에서 소개하면서 고마움을 표하기도 하고, 실연을 한 연구원에게 “나중에 좋은 놈 나타나면 내가 강제로 코를 꿰어서라도 맺어 주마”라면서 다독인다.
또 두 사람 모두 언변이 뛰어나다. 황 교수는 어느 자리에서든 좌중을 휘어잡는다. 파인먼 또한 그 어렵다는 물리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황 교수는 아직 노벨상을 못 탔다는 사실일 것이다.
황 교수는 최근 새로운 원숭이들을 들여와 영장류 배아복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한다. 황 교수가 머지않아 생명 연장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아 파인먼과의 공통점을 하나 더 보태기를 기대해 본다.
그때는 그에게도 파인먼의 동료들이 투바 ‘아시아의 중심’ 기념탑 장식판에 새겨 넣은 찬사가 뒤따를 것이다.
‘그가 꿈속에 그리던 이 땅에 도달하고자 했던 노력은 이 땅에 마침내 다다른 많은 이들의 지침이 되었다.’
최영묵 사회부장 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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