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출토된 문화재 주인은 누구 ‘국가? 사찰?’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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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전북 남원시 실상사 백장암 3층석탑(국보 10호) 옆 땅속에서 길쭉한 석재가 발굴됐다.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에서 발굴된 문화재(매장 문화재)는 소유자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모두 국가가 소유한다’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이 석재 유물은 국가로 귀속됐다. 이것이 탑의 기단부로 추정은 되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는 데다 백장암의 소유물로 보기에도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그러나 대한불교 조계종은 “이 석재는 한 번 옮긴 적이 있는 백장암 3층석탑의 기단부”라면서 문화재청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찰에서 출토된 문화재의 소유권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주엔 경기 가평군의 조계종 현등사가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등사 3층석탑 사리구(사리 사리병 사리함 등)를 돌려 달라고 법원에 민사조정신청을 내기도 했다. 때맞춰 조계종이 30일 국회에서 이 문제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사찰 출토 문화재는 국가 것인가, 사찰 것인가=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폐사지(廢寺址·건물이 사라진 절터)에서 나오는 유물은 대부분 국가에 귀속된다. 현존 사찰에서 출토된 유물의 경우도 많은 양이 국가 소유가 된다. 사찰 땅에서 그 사찰에 관련된 유물만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지어진 사찰에서 고려시대 유물이 나온다면 그 사찰의 것으로 볼 수 없다.

전북 남원시 실상사 백장암 3층석탑(왼쪽 위)과 그 옆 땅속에서 발굴된 기단부로 추정되는 석재 유물. 이 석재 유물의 소유권을 놓고 문화재청과 조계종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탑은 현재 사찰 소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러나 조계종은 “사찰의 땅에서 나온 것은 사찰이 소유·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발굴 중인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의 유물이나 이미 발굴된 경북 경주시 황룡사지의 유물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그동안 국가에 귀속된 것은 문화재청이 소유자 공고 신청을 내는 등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거쳤다”면서 “그 과정에서 사찰이 소유자 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폐사지의 경우, 현재 조계종이 그 사찰의 법맥을 이어받았는지의 연속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유물을 돌려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경북 경주시 감은사지 동3층석탑에서 나온 통일신라 사리기(현재 국가 소유). 동아일보 자료 사진

▽탑 속에서 나온 사리구는 매장문화재인가, 아닌가=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탑이나 부도 속에서 나온 문화재는 매장문화재로 간주된다. 따라서 탑은 사찰 소유여도 탑에서 나온 문화재는 대부분 국가 소유가 되는 셈.

이에 대해 조계종은 탑에서 나온 사리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의 김형남 법률위원은 “탑의 존재 이유는 사리구를 안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탑과 사리는 한 몸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따라서 사리구는 사찰 소유가 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탑 속에서는 사리구뿐만 아니라 다른 유물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사리구만 별도로 분리해 사찰 소유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유전(고고학) 동아대 교수는 “경주 감은사지 동탑에서 사리기가 나왔을 때 옛 사리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전시하고 탑 속에는 새로 만든 사리기를 안치한 예가 있다”면서 “문화재의 소유권보다 보존이 중요한 상황에서 굳이 법을 바꾸는 방안 대신 문화재청과 조계종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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