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발행 준비 끝냈다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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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5만 원, 10만 원권 등 고액 은행권 발행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30일 “고액권 발행이 정부의 반대로 몇 차례 무산됐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통용되는 지폐의 액면금액이 지나치게 작아 불편이 크다”며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최고액권인 1만 원권은 1973년 발행돼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한은은 고액권 발행에 대비해 이미 내부적으로 크기도 정해 놓았다. 5만 원권은 가로 154mm, 세로 68mm, 10만 원권은 가로 160mm, 세로 68mm. 5만 원, 10만 원권의 세로 길이는 내년 발행 예정인 새 1000원, 5000원, 1만 원권과 같다. 가로는 1000원권(136mm)부터 10만 원권(160mm)까지 액면금액에 따라 6mm씩 길어진다.

한은은 고액권 발행 방침에 따라 전국은행연합회 내 수신전문위원회에 새 수표와 어음의 크기도 10만 원권과 같은 가로 160mm, 세로 68mm로 해 달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또 현금지급기(CD),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생산업체에도 10만 원권의 크기에 맞춰 자동화기기를 개발할 것을 이미 주문했다.

발행이 확정된 새 1만 원권 크기로 CD나 ATM기기를 만들었다가 고액권이 나오면 다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막자는 것.

한은 김두경(金斗經) 발권국장은 “고액권이 발행되면 전체 지폐의 약 64%(20억7183만 장)를 차지하는 1만 원권이 8억 장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폐 발행 및 유통비용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2002년 4월 박승(朴昇) 총재 취임 이후 고액권 발행, 화폐 액면단위 변경, 도안 변경 작업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건의했지만 도안 변경만 받아들여졌다. 고액권을 발행하려면 정부 승인 및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월 13일 국회 답변에서 “화폐 액면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나 고액권 발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국장은 “1만 원권이 처음 등장한 1973년에 비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4년기준으로 35배가 됐고 소비자물가도 12배 이상 뛰었지만 지폐 액면은 그대로”라며 “고액권 발행은 액면단위 변경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한은은 고액권 발행이 허용되면 곧바로 인물초상 선정 및 도안 작업에 들어가 2년 후 5만 원, 10만 원권 지폐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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