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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살아…” 통곡하던 家長, 보험금 노린 살인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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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살아…” 통곡하던 家長, 보험금 노린 살인극이었다

입력 2005-08-30 03:00수정 2009-10-0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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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과 아내 등 일가족 4명이 밤늦게 아빠와 남편을 기다리다 화재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던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30대 가장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극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은 지 25년이 지난 낡은 집, 큰소리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 금실이 좋았던 부부….

이 때문에 누전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조사하던 경찰은 사건 전모가 드러나자 인면수심의 범행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본보 20일자 9면 참조

▽통화명세가 단서=18일 오후 11시경 대전 중구 문화동 곽모(72·여) 씨의 한옥 기와집에서 불이 나 세입자 김모(34·여) 씨와 열 살, 여덟 살, 네 살인 아들 3명이 모두 숨졌다.

뒤늦게 귀가한 것처럼 위장한 김 씨의 남편 장모(35) 씨는 시커멓게 타버린 방을 보고 “나 혼자만 살아서 뭐하느냐”고 통곡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경찰은 동반자살이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21일 휴대전화 통화명세를 조사한 결과 장 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것과 달리 아내와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김 씨와 아들의 위장과 옷 등에서 각각 청산가리와 시너 성분이 검출됐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장 씨가 사무실 컴퓨터에서 자살 청부살인 및 청산가리 관련 사이트에 80여 차례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달 초 외국계 보험회사 2곳에 자신과 아내 명의의 보험을 들어 아내가 숨지면 자신이 6억 원의 보험금을 받도록 한 사실도 알아냈다.

이런 사실을 들어 경찰이 강력히 추궁하자 장 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했다. 죽고 싶을 뿐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재사건 위장=조사 결과 장 씨는 18일 오전 8시 10분경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신 뒤 미리 준비한 청산가리를 집어넣었다. 평소 식구들이 일어나자마자 물을 먹는 습관을 이용했다.

10분 뒤 김 씨와 큰아들 및 둘째 아들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쓰러졌다. 장 씨는 물을 마시지 않은 막내의 목을 졸랐다. 막내는 숨이 막혀 오자 아버지의 뺨을 때리며 저항했지만 이내 숨졌다.

장 씨는 오전 9시 20분경 대전 유성구 구암동의 회사 사무실로 출근해 평소처럼 일했다. 그는 체인 주점에 재료를 공급하는 회사 배달원이었다.

오후 1시 반경 집으로 가 가족의 사망 여부를 확인한 뒤 오후에도 근무를 계속했다. 그리고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를 만들기 위해 집으로 6, 7차례 전화를 걸었다.

장 씨는 퇴근 후 오후 7시 반경 집으로 가 거실에 쌓아놓은 빨래 등에 시너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그리고는 500m가량 떨어진 PC방에서 컴퓨터 고스톱게임을 하다 오후 10시 50분경 집으로 한 차례 전화를 더 건 뒤 귀가했다.

▽범행 동기=장 씨는 경찰에서 “잇단 사업 실패로 가산을 탕진했고 빚이 늘어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고 진술했다.

장 씨는 대전에서 실업계 고교를 나온 뒤 경기 성남시의 한 회사로 실습을 나갔다가 만난 김 씨와 결혼했다. 아버지에게서 돈을 타내 휴대전화 판매점과 슈퍼마켓을 운영했지만 실패하면서 4월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은행 빚은 3500만 원 정도.

장 씨는 이달 초 보험에 가입했다. 아내가 월 30만 원씩 내는 보험을 왜 드냐고 묻자 그는 “회사 본사에서 보험료를 대납해 준다”고 둘러댔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29일 장 씨를 살인과 시체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한편 경찰이 장 씨와 함께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청산가리 10g을 100만 원에 공동 구입해 나눠 가진 다른 3명을 추적한 결과 이 중 박모(25·여) 씨가 부산의 한 모텔에서 음독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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