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애국열사릉에는 항일(抗日)독립운동가 외에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 유공자, 노동당 및 내각 고위간부, 인민군 지휘관 등이 함께 묻혀 있다. 그런 점에서 ‘애국의 마음’이란 표현은 자칫 북한 체제에 충성을 바친 사람, 특히 6·25 남침(南侵)에 참가한 북한군 지휘관들까지 찬양한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2001년 김일성 주석 생가를 방문해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고 적어 친북 논란을 빚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민노당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私的) 소유권을 제한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겠다’는 강령은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대표의 서명 내용은 북측의 8·15 민족대축전 참가 대표단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해 보인 행동과 비교해도 과공(過恭)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당시 북측 대표단은 간단히 묵념만 했고 ‘참배’가 아닌 ‘참관’임을 거듭 주장한 데다 ‘항일열사’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노당은 이제 체제 저항세력이 아니라 의석수로도 어엿한 원내 제3당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열린우리당에 근접한 18% 선의 지지를 얻고 있다. 2012년에는 집권하겠다는 꿈도 밝히고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국가체제를 존중하고 지킬 것인지, 아닌지를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공당(公黨)으로서 민노당이 ‘애국’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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