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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21세기 新고전 50권]<19>육식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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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21세기 新고전 50권]<19>육식의 종말

입력 2005-08-30 03:00수정 2009-10-0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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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로 키운 소의 고기는 불에 탄 산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을 희생시키고 수백만 t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한 결과물이다.”

충격 그 자체다. 이 책은 대다수의 사람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육식 문화’의 이면에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한 사건들이 숨어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인류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어 곡식을 자라게 하고, 죽어서는 자신의 몸을 바쳐 인간을 공양하던 충직한 가축, 소. 이러한 소가 지구 전체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 치운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대규모 사육을 위하여 지구의 허파로 불리던 열대우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들이 배출하는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소를 먹이기 위한 곡물 사료의 재배로 인하여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기아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 반면 한편에서는 육식 문화의 결과인 콜레스테롤 과다 섭취로 많은 사람이 심장병, 당뇨병, 암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인류사에 널리 퍼져 있는 육식 문화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생태계가 얼마나 파괴되는지, 축산업의 성장 배후에 얼마나 많은 권력과 자본의 악행이 숨어 있는지를 고발한다.

단지 현대의 병리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라스코 동굴 벽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수메르 궁전의 도축장과 같은 방대한 고고학적 자료, 그리고 축산업의 역사 등 풍성한 사료를 추적해 육식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점이 돋보인다.

오늘도 아이들은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어른들은 밤거리에서 고기를 구우며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인다. 리프킨은 이러한 일상의 단면 뒤에 숨어 있는 진실들에 주목한다.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첫 번째 생일을 맞지 못하는 제3세계의 현실, 환경오염으로 인한 면역체계의 파괴로 서서히 죽어 가는 아이들. 리프킨은 이러한 현상을 ‘차가운 악(cold evil)’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는 강도 살인 폭력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분노하며 비난한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인정되고 합법화된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발생되는 범죄는 어찌해야 하는지?

이러한 차가운 악은 기술과 제도의 허울 속에 몸을 숨기고 서서히 우리를 질식하게 한다. 계몽주의 철학을 근간으로 온 세계를 뒤흔들었던 산업혁명의 기계 소리 이면에는 소외받은 수많은 노동자의 눈물이 있었고, 지금도 지구를 뒤덮고 있는 공해로 물 한 모금, 심호흡 한 번조차도 걱정해야 하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저자는 육식의 종말을 통하여 행복한 지구가 만들어질 것을 확신한다. 동시에 ‘인공적인 단백질 피라미드’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 준다.

지구 환경과 인류 공존에 대한 그의 생각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직접 생활 속에서 그것을 실천한다면, 언젠가는 모든 대륙의 자연을 대대적으로 회복시키는 생태계적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준목 안띠꾸스 이사·서양고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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