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때 마지막 말 “전부 당신의 것”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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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사진)는 4월 선종할 당시 교황 숙소 아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애도 인파를 의식하고 있었으며, 죽음을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건너가듯’ 평온하게 받아들였다고 그의 오랜 개인비서였던 스타니스와프 치비슈 대주교가 26일 밝혔다.

치비슈 대주교는 27일 폴란드 크라쿠프 대주교로 취임하기에 앞서 이날 이탈리아 방송 ‘카날레 5’와 인터뷰를 갖고 “교황께서는 모든 것을 듣고 계셨다. 광장에서 나는 소리, 기도 소리, 젊은이들이 운집해 있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죽는 그날까지 깨어 있었다”고 밝혔다.

치비슈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1978년 교황이 되기 전부터 비서로 일했고 교황이 선종할 때까지 바티칸에서 재직하며 40년 가까이 교황을 모신 최측근. 생전에 요한 바오로 2세는 치비슈 대주교를 ‘스타슈’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노쇠해 활동을 못할 때까지 그와 함께 스키와 산행을 즐겼다. 그가 취임한 크라쿠프 대주교 자리는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되기 전 대주교로 봉직했던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들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마지막 말은 ‘전부 당신의 것’이란 뜻의 라틴어 ‘토투스 투우스(totus tuus)’였다고 전했다. ‘토투스 투우스 에고 숨(totus tuus ego sum·저는 전부 당신의 것입니다)’을 줄인 이 말은 생전 요한 바오로 2세의 모토였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81년 암살을 모면하고 병상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말도 바로 ‘토투스 투우스’였다고 한다. 당시 치비슈 대주교는 암살범의 총격을 받은 교황을 양팔로 떠안았던 인물로 교황을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 교황의 목숨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명한 폴란드 현대 작곡가 헨리크 고레츠키는 1987년 교황의 3번째 폴란드 방문에 맞춰 ‘토투스 투우스’란 제목의 성모 마리아 찬가를 작곡하기도 했다.

그는 “교황은 최후의 순간에 위대한 평온과 평화의 모습을 보여줬다. 교황은 목적지인 주님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엔 일말의 두려운 기색도 없었다”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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