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8년 마이클 잭슨 출생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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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인가, 흑인인가. 아니 그보다 먼저 남성인가, 여성인가. 도대체 나이는 몇 살쯤 됐을까. 그의 요즘 사진을 보면 헷갈린다.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에 뽀얀 피부, 립스틱을 바른 얄팍한 입술…. 인종과 성별,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묘한 모습이다.

‘20세기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 29일은 그의 47세 생일이다.

잭슨은 1982년 발표한 스릴러 앨범이 6000만 장 이상 팔리며 단숨에 최고의 팝가수로 떠올랐다. 수많은 청소년은 뮤직비디오에서 그가 선보인 ‘문 워크’(발을 땅에 붙인 채 뒷걸음질하며 추는 춤)를 흉내 내며 열광했다.

호사다마랄까, 성공과 시련은 함께 왔다. 스릴러 앨범 표지에 나온 얼굴을 보고 성형수술 의혹이 제기됐다. 여배우 브룩 실즈와의 염문설에 이어 동물학대설까지 불거졌다.

하이라이트는 1993년 당시 13세이던 조던 챈들러에게 성희롱 혐의로 고소당한 것. 그는 2000만 달러(약 200억 원)를 주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했지만 큰 타격을 입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와 결혼했지만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다시 자신의 간호사였던 데비 로와 재혼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겹겹이 둘러쳐진 장막 안으로 몸을 숨겼다. 자신이 ‘네버랜드’라고 이름 붙인 여의도 3배 크기의 ‘영지’에 들어앉았다.

가끔 화면에 보일 때조차 챙 넓은 모자에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그의 은둔은 궁금증만 더 일으켰다. 피부색이 바뀐 데 대해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잭슨은 백반증(白斑症) 탓으로 돌렸다. 성형수술에 대해선 1978년 사고로 코가 내려앉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았다.

흑인의 모습이 전혀 없는 아들과 딸이 친자인지 의혹도 일었다. 잭슨은 조상 가운데 백인이 있었다고 둘러댔다.

어느 순간 이미지만 남고 현실의 그는 없었다. 간간이 터지는 스캔들만 그가 체온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줄 뿐 실은 ‘밀랍 얼굴을 가진 속이 텅 빈 인형’(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이었다.

자신을 ‘피터팬’으로 여긴다는 마이클 잭슨. 그가 동화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올까.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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