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75억 들고튀다…재건축 건설업체 직원 추적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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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유치장에 보관… 나머지 29억원은?현금 75억 원을 횡령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28일 회수한 현금 45억700만 원을 경찰서 유치장에 쌓아뒀다. 빳빳한 1만 원권 돈다발은 한국은행에서 출금된 상태 그대로 비닐포장지에 싸여 있다. 마산=연합뉴스
45억 유치장에 보관… 나머지 29억원은?
현금 75억 원을 횡령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28일 회수한 현금 45억700만 원을 경찰서 유치장에 쌓아뒀다. 빳빳한 1만 원권 돈다발은 한국은행에서 출금된 상태 그대로 비닐포장지에 싸여 있다. 마산=연합뉴스
유명 건설업체 자금담당 직원이 74억6000여만 원을 모두 1만 원권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났다.

70억 원대는 현금 횡령사건으로는 국내 최고액. 돈의 무게만 800kg이 넘는다. 이 직원은 평소 성실하게 근무한 데다 가정적인 문제도 없는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범행=경남 마산시 월포동에 700가구분 재건축 아파트를 짓고 있는 B건설 개발사업본부 자금담당 차장 안모(39·경기 고양시) 씨는 26일 오후 1시 반경 현금 74억6660만 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 돈은 재건축 조합원과 일반분양자가 입금한 중도금으로 안 씨는 A은행에서 42억6660만 원, B은행에서 32억 원을 인출했다.

안 씨는 22일 두 은행에 입금된 중도금을 같은 은행에 있는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가 26일 오전 은행에 전화를 걸어 “모두 1만 원권 현금으로 마산시 교방동 재건축 아파트 사무실로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안 씨가 추석을 앞두고 현장 직원들의 급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피 행적=그는 미리 빌려둔 카니발 승합차에 3억 원씩 든 현금 자루 26개가량을 싣고 마산시 중앙동 모델하우스의 사무실에 들러 개인 짐을 챙겼다.

안 씨는 이날 저녁 충북 충주시의 처형(49) 집과 서울의 여동생 집에 자루 7개씩을 내려놨다. 또 서울 처남 집에는 현금 자루 1개를 갖다 놓고 사라졌다. 쌀 등을 주로 담는 황색 나일론 자루 1개에 담긴 돈의 무게는 35kg가량.

그는 돈 자루를 주면서 친인척에게 “그동안 신경을 못 써서 미안하다. 잘 챙겨 두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 이를 경찰에 신고해 이 사건이 드러났다.

안 씨가 타고 달아난 카니발 승합차는 27일 오전 2시 15분경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차 안에는 현금 200만 원이 있었다. 용의차량은 돈 자루를 싣기 쉽도록 운전석이 있는 앞 열을 제외한 뒤쪽 2개 열의 좌석이 뜯겨져 있었다.

▽수사=마산중부경찰서는 안 씨의 연고지에 형사대를 보내 안 씨의 행적과 회수되지 않은 29억여 원의 행방을 조사 중이다. 친인척에게 나눠 준 45억500만 원과 차량에 남겨진 200만 원은 회수돼 마산중부경찰서 유치장에 보관됐다.

경찰은 B건설과 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안 씨의 범행 배경을 캐고 있다.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돈을 옮긴 데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량을 버린 점 등으로 미뤄 공범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안 씨가 외국으로 달아날 것에 대비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다.

서울의 사립 명문대를 졸업한 안 씨는 1990년 B건설에 입사해 분양업무를 담당하다 3년 전부터 자금을 관리해 왔다.

회사 동료는 “성실한 데다 성격이 차분한 편이며 돈에 쪼들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마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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