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신경전 갈수록 험악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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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날을 세운 감정싸움을 벌이는 등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검찰 직원을 직접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외환거래법 위반사건 관련자 150명 가운데 148명을 무더기로 무혐의 처분했다.》

▽비리 수사=검찰과 경찰, MBC 등 각계에 금품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모(62·구속) 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검찰이 26일 조사 자료 일체를 넘기라고 지시했지만 검찰 직원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검찰에 다시 요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검사 출신 K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 씨의 일기장에는 서울고검 K 검사 등 현직 검사 2명과 검찰 직원 B 씨, K 변호사 등 모두 4명이 홍 씨가 연루된 사건을 해결해 주고 금품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본보 26일자 A1·8면 참조

지금까지 검찰 인사 관련 사건은 경찰이 혐의를 포착했더라도 검찰이 조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 송파경찰서는 불법 채권 추심사업을 하는 전직 검찰 직원의 부탁을 받고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대량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검찰 직원을 직접 수사한 적이 있다.

▽같은 법, 다른 해석=경찰은 올해 6월 166억 원의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한 박모(34) 씨와 현직 은행지점장 등 150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28일 박 씨 등 2명만을 사법처리하고 나머지 148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특히 단순히 외국에서 보내준 돈을 받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며 경찰의 외국환거래법 적용을 문제삼았다.

서울중앙지검 박한철(朴漢徹) 3차장은 “경찰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멀쩡한 시민을 마구잡이로 입건하고 언론에 공표해 인권침해가 이뤄진 대표적 사례”라며 “이런 일을 막는 게 검찰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을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와 연계해 호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국내 거주자가 외국에 사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가 전제돼야 한다”며 “올해 5월에도 이란의 환치기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5명이 벌금 70만∼150만 원씩 약식기소됐다”고 반박했다.

검경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반박, 재반박하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난타전’을 벌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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