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비평등주의’ 깨지나…고급차 렉서스 日시장 첫 투입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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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가 그간 구미 시장을 주로 공략해 온 렉서스의 고급 최신형 모델을 본격적으로 자국에도 투입한다.

도요타는 30일부터 일본 전국 140개 판매점을 통해 대당 최소 400만∼680만 엔(약 4000만∼6800만 원)인 ‘렉서스 쇼와(昭和)’를 판매할 예정이다.

28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19일부터 일부 판매점에서 일본의 자존심을 건 최신형 고급 차종 ‘렉서스 쇼와’를 선보였으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이 최고급 렉서스 모델은 GS 430과 SC 430 두 종류로 전시장을 찾은 40대 여성은 “외제차를 갖고 있어 당장 사는 것은 무리지만 이 정도면 (외제차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30, 40대 부부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제까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 차종이라면 미국과 유럽의 벤츠, BMW, 등이 꼽혔다. 고급차는 외제차, 일제차는 대중용이란 것이 일종의 ‘상식’이었다.

도요타가 이런 상식에 도전하고 나선 배경에는 평등주의가 강한 일본 사회상의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일본 내에도 빈부의 격차가 깊어지면서 ‘뉴리치(신흥 부유층)’의 고가품에 대한 잠재 수요가 커져 왔던 것. 전후세대로 고액 소득을 올리는 젊은 전문가 그룹 중에는 680만 엔이나 하는 렉서스 SC 430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따라 최근 부유층만 겨냥한 시장은 확대일로. 100만 엔(약 1000만 원)짜리 고급시계만 파는 가게도 많이 생겼고 전 품목 100만 엔짜리 기획 상품 세일을 시도하는 백화점도 생겨났다. 1억 엔 이상을 호가해 ‘억(億)션’으로 불리는 고급 맨션(아파트)은 분양 공고가 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월세 50만 엔(약 500만 원)의 아파트도 인기다.

일본 정부가 3년마다 조사하는 가구당 소득 격차는 2002년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조사에서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고급 상품은 경기 부침에 관계없이 팔린다. 국내 시장의 성숙에 따라 기업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일본의 한 은행 조사연구소 관계자는 도요타의 새로운 시도를 이렇게 평가했다.

도요타의 일본 자동차 시장 내 점유율은 45%가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2007년 이후엔 절대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자동차 시장 전체가 확대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일본 시장에 렉서스를 투입하는 것을 일본 브랜드의 본격적인 세계화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렉서스:

‘렉서스(LEXUS)’란 호화로움을 뜻하는 독일어 ‘루크수스(Luxus)’를 어원으로 만들어낸 말이다. 도요타 자동차가 1989년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던 고급 차종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소형차 혹은 대중 차란 이미지가 강했던 일제 자동차의 이미지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현재는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판매 중이다. 도요타는 일본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렉서스 쇼와’를 140개 판매점에서 시판하며 향후 18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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