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크루그먼 ‘美 부동산發 세계경제 충격’ 경고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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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6, 27일 이틀간 주택 가격의 거품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가 경고한 것처럼 미국 주택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미국 소비 감소→미국 수입 감소→한국 등의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 ‘미국 주택 시장발(發) 경제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미국 부동산 시장 거품 등으로 내년 상반기 중 세계 경제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27일 미국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계 거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포지엄에서 “주택 경기는 필연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며 “현재 사상 최대 수준인 주택 거래 건수도 하락하고 주택 가격은 상승에 제동이 걸리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가 감소해 (미국의)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소비가 감소할지에 대한 추산은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전날에도 같은 심포지엄에서 주택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세는 경기 과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으며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한순간에 거품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공개적으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거품 가능성을 강도 높게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이 계속 유지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을 뿐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동안 미국 주택 시장의 상승세는 ‘미국 소비 증가→미국 수입 증가→다른 나라의 수출 증가’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전 세계 경제 활황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미국 주택 시장의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꺾이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주택 경기의 진정은 미국에서는 개인저축률의 증가와 수입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26일자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는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팽창 국면을 지나고 있는 세계 경제는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새로운 위기의 주요 원인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거품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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