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朴대표 토크쇼 10개월째 ‘불방’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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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학교에 대통령 딸이 다닌다며?”(버스 안내양) “네.”(박근혜) “근데, 그냥 버스 타고 다닌다더라. 걔, 공부는 잘하니?”(안내양) “좀 하나 봐요.”(박)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성심여고에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청와대에서 학교로 등교하던 길에 버스에서 벌어진 대화 내용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KBS 2TV의 아침 토크쇼인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 프로그램의 녹화 방송에서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지만 당시 녹화 내용은 방영되지 않았다.

전여옥(田麗玉) 한나라당 대변인이 25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뒷이야기에 따르면 박 대표는 당시 이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사로부터 간곡한 출연 요청을 받고 서울 남산의 한 웨딩홀에서 약 5시간 동안 녹화를 했다.

박 대표는 깜짝 출연한 가수 김흥국 씨가 박 대표의 애창곡인 ‘내게 사랑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대표님, 함께 부르시죠”라고 청하자 함께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또 어머니 육영수(陸英修) 여사와의 추억과 부모 잃은 동생들에 대한 심정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했다.

이 녹화 내용은 당초 2주일쯤 뒤에 나간다고 했으나 방영되지 않았다. 외주제작사 PD는 “박 대표 혼자로는 (방영이) 힘들겠다. 방송국에서 편성을 잡아주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e메일을 전 대변인에게 보냈다. 이를 전해 들은 박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전 대변인도 KBS에 항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KBS 한상길 외주제작팀 선임PD는 28일 “다른 야당 대표들도 차례로 출연시키려 했는데 섭외가 되지 않아 박 대표의 녹화 내용을 방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과거사 문제로 논란이 된 박 대표가 나오면 정치적으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꺼린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5일 KBS 이원군(李元君) TV제작본부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제1 야당 당수인 박 대표에게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 반론권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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