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 10년만에 LCD 세계 1위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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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에 조성되는 디스플레이단지 전경. 120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 단지는 LG필립스LCD의 7세대 LCD 생산라인을 비롯해 40여 국내외 협력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사진 제공 LG필립스LCD
경기 파주시에 조성되는 디스플레이단지 전경. 120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 단지는 LG필립스LCD의 7세대 LCD 생산라인을 비롯해 40여 국내외 협력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사진 제공 LG필립스LCD
○ 2001년 가격 폭락 ‘보리 생명력’ 새겨

2001년 ‘디스플레이의 꽃’으로 불렸던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은 매서운 한파를 맞았다.

후발주자인 대만 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공급 과잉으로 가격폭락 사태가 빚어진 것.

15인치 LCD 가격이 1년 동안 450달러에서 220달러로 반 토막이 나면서 ‘돈 잡아먹는 하마’ 취급을 받았다.

그해 11월 LG필립스LCD 임직원들은 경북 구미시 사업장 내 6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위해 확보한 땅에 잔디 대신 보리를 뿌렸다. 엄동설한을 이겨내는 보리의 생명력을 마음에 새겨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이었다. 임직원들은 다음 해 6월 ‘눈물 젖은 보리쌀’이라는 글귀와 함께 보리쌀 한 봉지씩을 받았다.

그리고 첫 LCD 제품을 내놓은 지 꼭 10년 만인 올해, LG필립스LCD는 10인치 이상 대형 LCD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 불가능해 보였던 ‘일본 장벽’을 넘다

26일 찾은 구미 LG필립스의 6세대 LCD공장.

9200평 남짓한 공장에서 무인(無人)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LCD 부품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달 9만 장의 37인치 LCD가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된다.

류중호(柳重豪) 공장장은 “모든 생산 공정이 자동화돼 있고 사람은 유지 관리와 완제품 검사만 한다”고 말했다.

1995년 LG필립스LCD(당시 LG전자 LCD사업부)와 삼성전자가 처음 LCD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한국산 LCD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샤프 히타치 NEC 등 일본 기업들이 LCD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고, 한국이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개발(R&D)과 과감한 설비투자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특히 1990년대 말 일본이 LCD 산업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이 과감하게 4세대 공장에 투자한 것이 한국이 주도권을 빼앗는 계기가 됐다.

2001년 LCD 세계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40.7%로 일본(36.6%)을 처음으로 제쳤다. 올 상반기(1∼6월)는 한국 44.9%, 일본 10.3%로 벌어져 일본은 이제 LCD를 포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LG전자는 1999년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LG필립스LCD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4세대, 5세대 라인을 가동하면서 대형 LCD 시장을 이끌고 있다.

○ 파주, LG필립스LCD의 미래

LG필립스LCD는 작년 3월 착공한 경기 파주시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에 미래를 걸었다.

여기에는 7세대 LCD 공장과 부품 및 장비 협력업체가 들어선다. 산학협력 기능을 강화한 대규모 R&D 단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영득(李永得)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집중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LCD 생산공장과 관련 부품, 연구단지 등을 하나로 모으면 효율이 크게 높아져 가격과 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기 안양연구소의 일부 기능도 파주로 옮길 방침이다.

7세대 공장이 생산하게 될 42, 47인치 TV용 패널은 앞으로 LCD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구미=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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