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현장에서/면세쇼핑 후유증

  • 입력 2005년 8월 29일 02시 58분


코멘트
마음껏 휴가를 즐기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일터로 돌아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거리를 보면 몸과 마음이 피곤해진다. 이른바 휴가 후유증이다.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사람이 겪는 후유증 가운데 ‘면세쇼핑 후유증’이라는 것이 있다.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바꾸거나 고쳐 달라고 요구할 때 언성을 높여야 하는 독특한 후유증이다.

한 달 전 한 시내 면세점에서 신발 두 켤레를 샀다. 귀국 후 얼마 신지 않았는데 신발 한 짝의 장식이 떨어져 수선을 맡겼다. 일주일 단위로 두 번씩이나 찾아갔는데 수선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항의를 하니까 “새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신발 한 켤레도 밑창에 고무를 덧대는 간단한 수선을 맡겼는데 2주일이 넘도록 전화 한 통이 없었다.

참다 못해 전화를 하니까 “수선할 제품을 모아서 맡기다 보니 늦어졌다”는 군색한 변명뿐이었다. 여름이 다 지나도록 언성만 높이다 제대로 된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한 셈이다.

여름휴가철에는 면세 가격에서 10∼30%까지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해외 여행객이 면세점 쇼핑을 즐긴다. 비행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시내 면세점 쇼핑은 직원들도 친절하고 사은품도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교환하거나 수선을 하려면 일반 소매점 수준 이하의 서비스에 당황하게 된다. 또 ‘출국 이후 물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사전에 알려준 직원이 없었다는 데 뒤늦게 놀라게 된다.

물건에 하자가 있는데도 교환하지 못한 한 30대 여성은 “1년에 한두 번 해외에 나가는 고객이 대부분일 텐데 애프터서비스에 크게 신경을 쓰겠느냐”고 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는 수선을 위해 해외에 물건을 보내기도 한다”며 “입점 업체마다 서비스 정책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을 소홀히 대하면 반드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면세점의 서비스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 소비자들이 어디 보통 소비자들인가.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