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한국 삶의 질 연구원’ 원애경 부원장

  • 입력 2005년 8월 27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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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때 깊은 좌절과 정신적 상처를 입은 성인은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25일 인천 남구 학익동 유니스 빌딩 7층 사단법인 ‘한국 삶의 질 연구원’.

원구원 부원장인 원애경(49·여) 인하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가 A (16·고교 1년) 양의 부모와 상담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모는 툭하면 학교에 가지 않고 시험을 거부하는 딸의 심리 검사를 원 교수에게 의뢰했었다.

A 양은 학업성적을 비롯해 모든 점에서 뛰어난 언니의 후광에 가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가족에 대한 분노와 반발심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는 일이 많았다.

몇 개월간 원 씨와 상담한 A양은 현재 심리상태가 안정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원 씨는 이처럼 청소년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청소년 고민 해결사’로 통한다.

아들과 함께 떠난 미국 유학 생활 중 청소년기 가정환경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1995년 버지니아에서 대학(석사과정)을 다닐 때 아들이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500km 이상 떨어져 있어 모자는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다.

“나와의 대화가 줄어들자 아들에게서 정체성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나타났어요. 친구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는 경향도 생겨났지요.”

그는 청소년이 성장과정에서 체험한 환경적 변수 또는 상처(부모의 이혼 등)가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낸 ‘성장과정에서의 청소년 상처가 정신건강 및 무기력 증후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논문은 인천과 경기 부천, 시흥지역 중고생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청소년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이를 쉽게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에 상처를 받은 중고생 대부분은 종교를 갖지 않은 가정이었다.

성장과정에서 받는 자존심의 상처는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심하고, 소외감이나 불행의 상처에도 남학생이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노, 편집증 등 정신 건강 문제도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서 자주 나타났다.

원 씨는 부모간의 불화가 심할수록 자녀는 허무주의, 진로문제 갈등, 수업기피, 무기력, 소극적 행동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청소년 좌절 증후군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랑신부 예비교실, 부모 교실, 부모-자녀 세미나를 통해 부모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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