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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을 선택했다’…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28일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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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을 선택했다’…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28일 종영

입력 2005-08-27 03:10수정 2009-10-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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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막을 내리는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은 전투 중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총탄에 맞은 이순신이 평화롭게 전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는 라스트 신. 사진 제공 KBS

“이 바다는 또한 나의 피도 원할 것일세….”

죽기로 작정한 이순신이 마지막 전투에서 남기는 독백이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을 끝으로 KBS 1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극본 윤선주·연출 이성주)이 28일 막을 내린다. 350억 원이 넘는 제작비, 1만5000명의 엑스트라와 3D기술이 동원돼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선보였던 이 드라마는 52주 동안 꾸준히 20% 중반대의 시청률을 고수했다. 인기만큼이나 원균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등 논란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단연 ‘이순신이 어떻게 죽느냐’는 것.

○자살을 선택한 이순신

“자살할 것이다.” “은둔하는 것으로 처리될 것이다.”

이순신의 최후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드라마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드라마 초반에 이미 노출됐던 노량해전 장면은 막바지에 다시 촬영됐다. 이성주 PD는 “이순신의 최후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결론은 이순신의 ‘자살’. 28일 방영되는 104회분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은 왜군 와카자카와 겨루다 숨져가는 군졸 이영남이 몸을 떨자 갑옷을 벗어 덮어준 후 연방 북을 치며 돌격을 외친다. 주변에서 “장군께서 갑옷을 벗었다. 저건 자살 행위야, 자살 행위”라고 외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북을 치며 조선 수군을 독려하던 이순신은 결국 왼쪽 가슴에 왜군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한 후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

미리 입수한 드라마 대본의 지문에는 눈을 감는 장면에 대해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한 자의 여유로움’이라고 쓰여 있다. 윤선주 작가는 “‘적을 물리친다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난중일기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국가를 위한 자신의 모든 책무를 끝낸 후 스스로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21세기 영웅=NEW 이순신

왜 드라마에서 이순신의 죽음은 자살로 귀결될까? 문화평론가들은 이순신의 자살은 작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람들이 바라는 이 시대 영웅상이 이순신에게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적으로 갈등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었을 때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21세기 영웅’으로 이순신이 그려졌다는 것.

이는 지금까지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제작됐던 TV 드라마나 영화와 달라진 갈등 구조에서 드러난다. 이 드라마의 갈등 구조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왜군 대 이순신’이 아니라 ‘내부의 절대 권력(선조) 대 이순신’으로 굳어진다.

극중에서 유교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선조는 혁혁한 공을 세우며 백성의 신망을 한몸에 받게 된 이순신의 존재를 시기한다. 틈만 나면 역모 죄를 물으려 하는 임금 앞에서 노량해전을 준비하는 이순신은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이 결국 절대 권력에 의해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다. 시청자 이태훈(31·회사원) 씨는 “유교적 군신(君臣) 관계에서 신하가 임금의 명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순신의 자살 선택은 문제를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해 해결하는 요즘 사람들의 속성 같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들은 △합리적 판단에 따른 자신의 소신으로 절대 권력에 맞서는 행동 △절대 권력과의 대결에서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강한 자율의지가 현대인에게는 가장 이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영웅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순신 연구자인 노영구(한국사)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이순신은 언제나 당대가 요구하는 영웅상으로 변화해 왔다”며 “요즘의 이순신은 인간미 넘치며 합리적인 최고경영자(CEO)형 이순신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순신 코드’ 어떻게 변했나▼

위에서부터 영화 ‘난중일기’의 김진규, MBC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의 김무생, 영화 ‘천군’의 박중훈.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순신의 캐릭터는 시대 상황이나 집권층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그려져 왔다. 이순신 상이 그 시대가 바라는 영웅의 모습을 표상했던 것.

1977년 영화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역을 맡았던 배우는 고 김진규다. 그는 도덕적이면서 강인한 이미지의 이순신을 소화해냈다. 이는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순신 상과 일맥상통했다.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로 집권한 정통성의 결여를 보완하고 경제개발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집권 내내 국난 극복의 상징으로 이순신을 영웅화했다. 이 시절 대중문화에 드러난 이순신은 완전무결한 영웅이자 나라에 충성하는 충의의 상징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군부 통치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국가적 위인으로 이순신 장군 대신 세종대왕을 내세웠다. 이순신의 이미지는 ‘구국의 영웅’에서 ‘가장 강력한 장군’으로 좌표 이동했다. 1986년 방영된 MBC 대하사극 ‘조선왕조 오백년-임진왜란’ 편에서 이순신 역은 엄격 단호한 이미지의 탤런트 고 김무생이 맡았다. 당시 이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병훈 PD는 “요즘처럼 인간적인 면모로 그리면 이순신기념사업회에서 당장 항의가 들어올 만큼 ‘대장군 이순신’ 이외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다”며 “강한 군인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민주화의 격변을 거친 뒤 이순신 신화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성역으로 여겨지던 이순신의 최후에 관해서도 자살설, 은둔설 등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성웅(聖雄)이 아닌 인간적 고뇌를 반복하는 ‘인간’ 이순신을 그리는 문화적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즉각 이순신 역 배우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다.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부드러운 이미지의 김명민이 선택된 것. 김명민은 드라마 초반에는 얼굴선이 너무 약해 이순신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이순신의 내면과 인간적인 고뇌를 제대로 표현해 냈다는 평을 들었다. 최근 개봉됐던 영화 ‘천군’에서는 코믹연기자 이미지가 강한 박중훈이 이순신 역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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