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락]18년간 17번 파업벌인 현대車노조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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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이틀째 파업을 벌인 26일. 오전 집회를 마치고 근로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150만 평의 현대차 울산공장은 썰렁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한 해(1994년)를 제외하고 17년 계속된 ‘전통’. 여기에 같은 계열사인 기아차 노조도 이날 파업을 결의했다.

국제유가가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불황으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올해 현대차 노조가 내건 핵심 요구 조건 중에는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 내용이 많다.

노조는 이사회 회의 결과를 노조에 통보하고 신프로젝트 개발과 해외공장 신설, 국내 공장 축소 또는 폐쇄에 대해 노사합의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또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작업을 하지 않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2008년 4월부터 도입하되 실질임금은 삭감되지 않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임금 10만9181원(기본급 대비 8.48%) 인상과 함께 그해 벌어들인 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도 요구했다. 해외 공장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이익이 급감했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이 약 20% 증가한 1조1230억 원이나 됐다. ‘파이’를 나눠 먹자는 주장이 전적으로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세계로 눈을 돌려 보자. 현대-기아차와 경쟁하는 포드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88억 달러를 투자했다. 도요타는 67억 달러, GM은 65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반면 현대차의 투자는 14억 달러에 그쳤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대차가 32.3시간이다. 도요타는 1대 생산시간이 20.6시간이고 순이익이 현대보다 10배 많지만 4년 연속 임금을 동결했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잘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마다 노조 파업에 발목이 잡히다가는 어느 시점에선가 쾌속 질주를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을지 모른다.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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