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온돌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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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서늘해졌다. 새벽이면 한기(寒氣)가 느껴질 정도다. 찌는 듯한 무더위로 고생한 게 며칠 전인데 계절의 변화가 경이롭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게 온돌. 하지만 온돌방 아랫목에서 화로(火爐)에 고구마를 굽고,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풍경은 이제 추억 속의 삽화(揷畵)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온돌은 한국 고유의 난방법으로 중국 동북부와 몽골 일부에서도 이용됐다. 방바닥 밑 통로로 화기(火氣)를 보내고, 이를 통해 달궈진 구들이 열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구석기시대에 시작돼 고구려, 고려를 거쳐 조선 전기에 전국에 정착됐다. 미국 과학자 퍼시벌 로웰의 조선방문기 ‘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1885)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온돌은 겨울철 방 안을 따뜻하게 하는 일종의 화로 역할을 한다. 방 밖엔 난로용 구멍이 있는데 이것을 아궁이라 부른다. 불을 때면 더운 연기가 벌집처럼 돼 있는 미로(迷路)를 따라 방바닥에 넓게 퍼진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온돌에는 선인들의 지혜가 녹아 있다. 아랫목에 두꺼운 돌, 윗목에 얇은 돌을 쓰는 것은 온도차를 줄여 방바닥을 고루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다. 습기가 차지 않고 불이 날 위험도 적다. 아궁이에 밥을 지으면 손실되는 열량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온돌의 과학성 때문일까. 프랑스 국립과학기술연구소(CNRS)는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온돌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개정판 옥스퍼드 사전’에는 ‘김치(Kimchi)’와 ‘온돌(Ondol)’이 함께 실려 있다. 온돌이 또 하나의 한류(韓流) 상품으로 각광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발해(渤海)의 온돌 유적이 원형 상태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발굴됐다. 우리 고유의 주거 양식이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발해·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논리가 허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구들장일 때는 인간에게 따뜻함을 주고, 유물이 되어서는 역사의 진실을 증언하는 소중한 온돌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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