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그들도 인간이었다…‘위대한 사상가들’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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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상가들/카를 야스퍼스 지음·권영경 옮김/236쪽·9500원·책과함께

독자 여러분께서는 세계사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사상가를 네 명만 꼽으라 한다면 누구를 택하시겠는가?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1883∼1969)는 소크라테스와 붓다, 공자, 예수를 꼽았다. 실존주의 철학의 스타 저자가 꼽았다는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서양인 철학자가 공자를 꼽고 붓다와 예수 같은 종교인을 사상가로 꼽았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성인들의 위대함을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었으면서도 강인한 의지와 순수한 정신으로 그 틀을 뛰어넘고자 했음을 쉽고 생동감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석가모니나 예수의 경우 신격화된 존재이지만, 그들의 참된 본질은 ‘인간 석가’, ‘인간 예수’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이들은 평범한 인간이었으면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인류의 문제에 대답하는 진리를 추구하고 해답을 구하기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견뎌냈으며 극단적인 경험과 열정을 온몸으로, 전 생애를 통해 표현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고와 대화를 통해 진리를 깨닫게 했고, 석가는 명상을 통한 깨달음의 길을 제시했으며, 공자는 교육을 통해 인간 삶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고, 예수는 이 세상에 집착하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복종하라고 가르쳤다. 이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평범한 우리 인간들에게 삶의 나침반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록 외모는 볼품이 없지만 건강한 체질이며 검소한 생활을 했던 소크라테스, 어린 시절부터 제사놀이를 즐겼던 공자 등 위대한 사상가의 인간적인 평범한 면도 놓치지 않고 보여줘 저자는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철학적 내용을 친근하게 이끌어 간다. 석가와 예수를 비교하면서 불교와 기독교처럼 동양과 서양의 관계도 끊임없는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객관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접근한 저자의 노력 덕분에 거리감이 느껴지기 쉬운 고전 속의 위인들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원제 ‘Die großen Philosophen’(1957).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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