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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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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

입력 2005-08-27 03:05수정 2009-10-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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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오세훈 김호기 외 지음/332쪽·1만5000원·황금가지

1979년 초 영국의 겨울은 처연했다. 거리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고,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리버풀의 어느 골목엔 장례를 치르지 못한 시신들이 나뒹굴기도 했다.

모두 파업 때문이었다. 영국이 이렇게 음습한 땅으로 변해가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이를 ‘불만의 겨울’이라 불렀다.

불만의 겨울은 1970년대 내내 계속돼 온 것이었다. 원유가 급등, 재정 적자의 증대, 그치지 않는 노조의 파업, 실업의 증가, 급기야 1977년엔 국제통화기금(IMF)에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영국의 절대 위기였다.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그 위기의 첫째 원인을 리더십 부족에서 찾는다. 이해 집단의 알력이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정치권의 리더십,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리더십, 그리고 자신의 집단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는 노조의 무책임 등등. 강 교수는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의 과감한 개혁으로 그 위기를 극복한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라틴아메리카 아일랜드 네덜란드 핀란드 등 여러 나라의 실패와 극복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강원택 교수, 오세훈 변호사, 이영조(정치학) 경희대 교수,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 박철희(정치학) 정종호(경제학) 서울대 교수, 이남주(정치학) 성공회대 교수, 이재승(정치경제학) 고려대 교수 등 각 분야의 중진 및 소장 전문가 8명. 각국의 근현대사에 나타난 영광과 좌절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보자는 취지다.

정종호 교수는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급진적 혁명의 폐해와 덩샤오핑(鄧小平)의 점진적 개혁을 대비하면서 중국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 마오쩌둥이 이데올로기를 위해 경제를 희생했다면 덩샤오핑은 자율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실사구시로 경제 도약을 이뤄냈다. 정 교수는 “과거에 대한 전면 부정이 아닌 객관적인 평가가 중요하다는 점, 점진주의적 전략의 미덕 등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1980년대 세계 경제 제패를 눈앞에 두었다가 1990년대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의 교훈도 빼놓을 수 없다.

오 변호사는 198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 가장 못살던 아일랜드의 대변신에 특히 주목한다. 노사정(勞使政)이 한마음이 되어 개방과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 번영을 이룩한 자기희생적인 노력의 과정을 짚어 본다.

저자들은 이 같은 사례 연구를 통해 강한 한국을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주요 전략은 △경쟁의 활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당당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 △소프트 파워의 개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생산적 복지 도입 △정보화시대 인권의 보장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통일 대비 등이다.

특히 이재승 교수는 경쟁을 통한 인재 양성을 강조한다. 과도한 평등주의는 자칫 하향 평준화된 인력을 양산할 수 있고 따라서 서울대를 죽이지 말고 서울대를 더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주장한다.

외국의 사례이지만 그건 결국 한국의 모습이다. 각 글의 분량이 짧은 데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쉽긴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 ‘지금 여기’의 사소한 오류가 훗날 한국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바로 역사의 엄정함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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