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그때 그시절 다 잊었어…‘숙자 언니’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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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 날리는 봄, 숙자 언니는 “어른들은 슬프면 하늘을 보고 눈물을 참는다”고 말한다. 아픔과 슬픔이 사람을 자라게 하는 걸까, 숙자 언니는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 훌쩍 성장한다. 사진 제공 웅진미디어
벚꽃잎 날리는 봄, 숙자 언니는 “어른들은 슬프면 하늘을 보고 눈물을 참는다”고 말한다. 아픔과 슬픔이 사람을 자라게 하는 걸까, 숙자 언니는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 훌쩍 성장한다. 사진 제공 웅진미디어
◇숙자 언니/정지아 지음·송지연 그림/128쪽·8000원·웅진미디어(초등5년∼중학생)

엄마가 일 나가면 학교도 못 가고 어린 동생들을 봐야 했다. 돈을 벌겠다고 도시의 큰 공장으로, 부잣집 식모로 갔다. 그렇게 번 돈을 고향집 생활비에 보태라고, 동생들 공부하는 데 쓰라고 보냈다. 소설가 정지아(40) 씨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그랬다.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과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 ‘슈바이처’ 등을 펴낸 정 씨가 본격 어린이용 창작물인 ‘숙자 언니’를 펴냈다.

어느 날 숙자 언니가 집에 왔다. 이모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는 게 힘에 부친 이모가 보냈단다. 두고 온 동생 생각이 나서 훌쩍이다가도, 죽어도 학교는 다니겠다고 악을 쓴다. 계란찜 하나 놓고 셋째 언니랑 다투면서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그 숙자 언니가 언제부터인가 나물을 캐서 팔고 품을 팔아 돈을 모은다. 중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초등학교 졸업식 날 학교를 떠날 줄 모른다. 이 소설은 정 씨가 고향 전남 구례군 반내골에서 보낸 유년 시절 얘기라고 한다. 그때 함께 지냈던 숙자 언니는 열네 살 나이에 어른보다 야무지게 변해 서울로 떠났다.

초등학생 주인공에게는 정겨웠던 추억이지만 숙자 언니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지금 청소년들은 짐작도 못할, 하루하루 먹고산다는 게 큰일이었던 1970년대였다.

정 씨는 작년에 숙자 언니를 다시 만났다고 한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숙자 언니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 알고 서운해 하자,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잊어버려야 살 수 있었어.”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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